Page 482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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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것을 어두운 산 아래 귀신 굴속(黑山下鬼窟裏)이라 부르며 경

            계한 것이다.
               또 이것에 대한 평창을 진행한 오조법연스님은 목숨의 뿌리가 끊어

            지지 않은 일이라 지적했다. 수행은 생사를 벗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무
            념은 번뇌가 없어 자유로운 듯하지만 생사의 뿌리인 무명의 미세분별이

            아직 남아 있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언제라도 다시 생사의 나무가 무성
            한 번뇌의 가지를 뻗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이 크게 죽은 자리에서 다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인
            가? 무엇보다도 이런저런 병폐에 빠져 있지 않은지 점검하는 자세                        264 가

            필요하다. 만약 공부를 통해 죽음과 같은 무심을 체험했다 해도 더 철
            저하게 죽겠다는 정신이 필요하다. 보봉스님과 한 수행자 사이에 이런

            대화가 있었다.


               보봉조寶峯照스님이 말하였다. “오로지 크게 죽은 사람이 다시 죽는

               것 같아야 한다.” 한 중이 말했다. “죽은 가운데 다시 살아나야 하
               는 것 아닙니까?” 스님이 말하였다. “그래도 너는 죽은 데서 살아나
               려고 하지 마라. 네가 밥을 먹고 나야 오줌 누고 똥 누는 일이 있게
               될 것이다. 밥도 아직 안 먹었는데 미리 오줌 누고 똥 누는 일을 물

               어서 뭐 하겠느냐.”     265



               죽음과 같은 무심에 만족하지 말고 여기에서 더 철저히 죽겠다는 자



                『
             264   瞎堂慧遠禪師廣錄』(X69, p.575a), “古今宗師, 下棒下喝, 各有宗旨. 病在見聞,
                病在語默, 病在情識, 病在義路, 病在滲漏, 病在知解說得. 天花亂墜, 無有是處.”
                『
             265   萬松老人評唱天童覺和尙頌古從容庵錄』(T48, p.256b), “寶峯照和尙道, 直須如
                大死底人死了更死. 僧云, 莫是死中却活麼. 師云 ,爾且死莫活, 爾但喫飯裏急自去
                屙屎, 爾飯也未喫, 早問屙屎作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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