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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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고, 아침과 저녁이 있는지조차도 모르기 때문이다. 설사 이러한 경

                지에 도달했다 해도 절대로 그 식은 재나 죽은 재[불]를 지켜 캄캄하
                게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또한] 반드시 몸을 돌려 살

                아나는 하나의 길이 있어야 된다.



             [해설]  인용문은 『벽암록』 제25칙 연화봉蓮花峯 암주의 주장자 화두
             에 붙인 원오스님의 평창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연화

             봉 암주가 주장자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며 말했다. “옛 도인들은 여기
             에 이르러서 왜 머물지 않았을까?” 대중들이 대답하지 못하자 스스로

             대신 말하였다. “그것이 길에서 힘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지.” 그리고 다
             시 말했다. “결국은 무슨 말인가?” 그리고는 다시 스스로 대신 말하였

             다. “주장자 빗겨 메고 누구에게도 눈길 주는 일 없이 천 봉우리, 만 봉
             우리 속으로 곧장 들어가네.”  이에 대해 설두스님이 송을 붙인다.
                                        272


                눈에 모래 뿌리고 귀에 흙 넣는 일이라
                천 봉우리, 만 봉우리에도 머물지 않는다.
                떨어진 꽃은 물 따라 흘러 아득히 가는데

                눈썹 치켜올리며 어디 가는가?           273



                황금이 좋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황금 가루를 눈에 넣으면 병이 된다.
             아무리 기특한 일이라 해도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여 머무는 일이 있으



                 『
              272   佛果圓悟禪師碧巖錄』(T48, p.166c), “蓮花峯庵主, 拈拄杖示衆云, 古人到這裏,
                 爲什麼不肯住. 衆無語, 自代云, 爲他途路不得力. 復云, 畢竟如何, 自代云, 楖  
                 橫擔不顧人, 直入千峯萬峯去.”
              273   佛果圓悟禪師碧巖錄』(T48, p.166b), “眼裏塵沙耳裏土, 千峯萬峯不肯住. 落花流
                 『
                 水太茫茫, 剔起眉毛何處去.”



                                                            제9장 사중득활 · 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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