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8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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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눈에 모래를 뿌리고 귀에 흙을 넣는 일과 다를 바 없다. 그러므로
어떤 경계에도 머물지 않아야 한다. 설두스님의 송은 이것을 노래하고
있다. 인용문의 평창 역시 그 전반부에서는 기특한 경계로서의 대무심
을 말하고 있고, 후반부에서는 이것조차 지키지 말고 거기에서 몸을 돌
리는 일이 있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성철스님은 이에 대해 6근의 몸과 6진의 세상마저 잊었다 해도 그
경계를 안락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에 주저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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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면 “죽음의 땅인 제8아뢰야식의 무기무심에 매몰되고 만다.” 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크게 죽는 자리를 ‘오매일여의 대사경계’, ‘오매일여
의 대무심지’, ‘제8아뢰야식의 미세무명이 남은 가사假死’, ‘제8아뢰야식
의 무기무심’, ‘8지 멸진정(숙면일여)’ 등으로 설명한다. 7지 무상정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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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死境이라 하고 8지 멸진정을 대사大死라 했으므로 크게 죽은 자리
는 8지 자재위를 가리킨다.
성철스님이 강조하는 것은 숙면에도 화두가 항일하다면 이것이 ‘크게
죽은 자리’라는 것이다. 이 크게 죽은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화두를 들
어 은산철벽을 투과해야 그것이 바른 공부고 바른 깨달음이다. “10지
와 등각이라도 아직 완전히 눈을 뜨지는 못했기 때문에 공안을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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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성철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의 시작에
서 구경각에 이를 때까지 모든 가르침은 화두를 드는 한 일에 집중된다.
이상의 맥락에서 가져온 인용문에 표시한 바와 같이 생략, 순서 바
꿈, 글자 바꿈이 있었다. ①의 ‘이것이 바로 ~이다(正是)’가 생략되었다.
원래 문맥은 공부에 본받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6근이 있는지도 모르
274 퇴옹성철(2015), p.221.
275 퇴옹성철(2015), p.211 참조.
276 퇴옹성철(2015),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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