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9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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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아침저녁이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바로 ‘이러한 무쇠 같은 사람’이
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있다. 그런데 생략으로 인해 ‘바로 이러한 무쇠
를 부어 찍어낸 사람이다’가 ‘이러한 무쇠를 부어 찍어낸 사람은’으로 바
뀌었다. 술어부가 주어부로 바뀐 것이다. 뜻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이
로 인해 ③의 ‘왜냐하면(何故)’이 생략되었다. 왜 ‘무쇠 같은 사람을 본보
기로 해야 하냐면’이라는 뜻을 전달하는 구절이다. 생략으로 인해 무쇠
같은 사람이 주어가 되었으므로 ‘하고何故’가 들어가면 문장이 성립하지
않게 된다. 생략의 이유이다.
②와 같이 구어체의 관형격 조사 ‘~한(底)’이 생략되었다. 구어적 표
현을 문언문으로 바꾸고자 한 것으로서 문언문에 익숙한 독자들을 위
한 배려에 해당한다.
④에서는 기특한 경계와 역경계의 순서가 바뀌었다. 먼저 역경계를
말하고 다음에 순경계를 말하는 것이 일반적 표현법이다. 원문 역시 그
순서에 따라 배치했다. 성철스님은 이것을 대무심의 기특한 경계를 드
러내기 위해 순서를 바꾼 것이다.
⑤와 같이 ‘타他’ 자가 ‘차此’ 자로 바뀌어 있다. 어떠한 역순경계라도
‘그(他)의 앞에 오면’ 모두 다 꿈과 같다는 내용이다. 성철스님의 번역문
에도 ‘그의 면전에 있어서는’으로 번역되어 있다. 편집상의 오류이므로
교정해야 한다.
⑥과 같이 ‘역亦’ 자를 생략하였다. 번역문을 보면 ‘아침과 저녁이 있
는지조차도’의 ‘~도’로 이 글자를 번역하고 있다. 복원해야 한다.
⑦에서는 ‘죽은 불(死火)’를 ‘죽은 재(死灰)’로 바꾸었다. ‘식은 재(寒灰)’
가 앞에 나와 있으므로 재를 두 번 반복하게 된 셈이다. 원래 식은 재
(寒灰), 혹은 죽은 불(死火)은 마른 고목(枯木), 돌멩이(石頭)와 함께 일념
불생의 무심경계를 표현하는 선문의 관용어다. 그러므로 이것을 바꿀
제9장 사중득활 · 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