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3 - 정독 선문정로
P. 493

명말청초의 비구니 행철行徹(1606-1658) 선사의 어록에 이와 같은 피동

             문 형식의 문장이 보일 뿐이다. 이 문장의 인용이 투자스님의 대답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투자를 앞에 제시하면서 가해진 손질로

             보인다.
                ②의 ‘투자스님이 말하였다(投子云)’는 구절에 ‘투投’ 자가 탈락되었다.

             편집상의 오류이므로 교정해야 한다.
                ③의 ‘굉지스님이 소참법문에 이 대화를 들어 말하였다(宏智가 小參에

             擧此話云)’는 구절은 원문에 없는 것을 성철스님이 문맥을 설명하기 위해
             추가한 것이다. 성철스님은 번역문을 제시하고, 해석과 강설을 붙이는

             집필 방식을 택하고 있으면서도 필요하다면 한문 문장에 이렇게 직접 개
             입한다. 그것은 당시의 불교 공부가 한문의 문자 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선방의 수좌들이 자기의 깨달음이나 수행의 경계를 한
             문으로 표현하기 위해 글 잘하는 사람의 손을 빌리는 일이 드물지 않던

             시대였다. 성철스님 개인으로는 한자의 구속을 넘어선 자리에 있었지만
             장구한 문화적 전통의 훈습에 영향 받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④, ⑧, ⑩의 ‘개箇’를 ‘개介’로 바꾸었다. 서로 통용 관계에 있으므로
             의미의 전달에 문제는 없지만 정체자를 쓰는 원칙에 따라 ‘개箇’ 자로

             교정할 필요가 있다.
                ⑤, ⑥, ⑦의 ‘암闇’→‘암暗’은 자주 쓰이는 통용자로 바꾸어 독해의 편

             의성을 도모한 것이다. ⑨에서는 ‘존存’을 ‘재在’로 바꾸었다. 뜻이나 어
             감의 변화는 없다.



                【9-11】  絕氣息時와 斷蹤跡處에 須具眼하야사 始得다 那時에 歷

                歷不沈하고 靈靈絕對①[待]하야 便能②豁[闊]步大方하야 周旋普應
                하리라




                                                            제9장 사중득활 · 493
   488   489   490   491   492   493   494   495   496   497   4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