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4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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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정로  기식氣息이 영절永絶한 때, 종적蹤跡이 단멸한 곳에 참으로

               청안을 구비하여야 한다. 그때에는 역력歷歷하여 침적沈寂하지 않고
               영영靈靈하여 상대가 끊어져서 문득 능히 대방大方에 활보하며 주선

               보응周旋報應할 것이다.



               현대어역  숨결이 끊어질 때 자취가 소멸하는 곳에서 안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때라야 뚜렷하여 어두움에 가라앉지 않고, 밝게 비

               추되 기대는 바가 없어 천지에 활보하며 모든 일에 두루 상응하게 될
               것이다.



            [해설]  굉지스님의 어록에서 가져온 문장이다. 굉지스님은 묵조선을

            제창한 선사로서 간화선의 완성자인 대혜스님과 함께 2대 감로문(二甘
            露門)으로 높은 추앙을 받았다. 두 대선지식의 관계에는 인간적 감정을

            넘어선 점이 있다. 원래 대혜스님은 묵조선을 묵묵히 비추기만 하는 삿
            된 선(默照邪禪)으로 극력 비판하는 입장에 있었다.



               지금 제방에 묵묵히 비추기만 하는 삿된 선이 있어 사대부들에게
               번뇌의 장애로 인해 마음이 편안하지 못한 것이라 하면서 그들에게
               식은 재처럼, 마른 나무처럼, 한 폭의 흰 비단처럼, 낡은 사당의 향

               로처럼, 차갑게 나아가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쉬게
               된 사람이 있다 합시다. 여러분 말해 보십시오. 이렇게 해서 쉴 수
               있게 되겠습니까?       278




                『
             278   大慧普覺禪師語錄』(T47, p.884c), “而今諸方有一般默照邪禪, 見士大夫爲塵勞所
                障方寸不寧, 怗便教他寒灰枯木去, 一條白練去, 古廟香爐去, 冷湫湫地去. 將這箇
                休歇人, 爾道, 還休歇得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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