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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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혜스님은 묵조선이 부처지혜의 생명을 상실하는 일(斷佛慧
命)이라며 극력 비판하는 입장에 있었다. 그럼에도 스님은 동시대의 대
표적 묵조선사였던 굉지선사와 수시로 상호방문하며 정신적 교감을 나
누는 관계에 있었다. 서로 법석을 바꿔가며 법상에 오르는 공식적 교류
활동도 자주 있었다. 사실 묵조선에 대해 대혜스님이 비판적 입장을 가
지고 있다 해서 그렇게 쉬는 자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
만 원숭이 같은 이 마음이 쉬려 한다고 쉬어지겠느냐는 것이었고, 그러
니까 아예 적극적으로 쉼을 이끌어 내는 화두참구의 길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이었을 뿐이다.
이 인용문은 죽음과 같은 쉼이 있어야 활발하게 되살아나 인연에 맞
는 활용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성철스님은 이 인용문을 들
어 다시 살아날 때라야 “현기대용玄機大用이 현전하여 살활자재殺活自在
하고 종횡무애縱橫無礙”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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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과 같이 ‘절대絶待’를 ‘절대絶對’로 바꾸었다. 단어의 의미로 보자면
‘절대絶待’는 상대적 차원을 끊은 평등한 차원을 뜻하고, ‘절대絶對’는 상
대가 없는 독존적 상황을 뜻한다. 그러나 ‘절대絶對’를 성철스님의 번역
문과 같이 ‘상대가 끊어짐’으로 번역하면 두 표현이 모두 동일한 뜻을
전달하게 된다. 익숙한 표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②와 같이 ‘활闊’ 자를 ‘활豁’ 자로 바꾸어 썼다. 비슷한 뜻이기는 하
지만 “큰 걸음으로 힘차게 걷는다‘는 뜻의 활보는 ’활보闊步‘로 쓰는 것이
옳다. 교정되어야 한다.
279 퇴옹성철(2015), p.223.
제9장 사중득활 · 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