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6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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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284 라고 경책한다. 천 리를 가기로 한 사람이라

            면 쉽게 신발끈을 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모든 공부에 통용되는 진
            리이다.



               【10-3】  湛然空寂하야 圓明不動이 卽大圓鏡智니라



               선문정로  담연湛然히 공공적적空空寂寂하여 원명부동圓明不動이 대원경

               지大圓鏡智니라.



               현대어역  맑게 비어 있고 고요하며 두루 밝고 흔들리지 않는 것이 대
               원경지다.



            [해설]  『돈오입도요문론』에서 가져온 구절이다. 『돈오입도요문론』은

            마조스님의 법을 받은 대주혜해스님이 짧은 문답식 문장으로 좌선의
            실천과 깨달음의 이치에 대해 정리한 문장이다. 이 글을 그 법질인 현

            안玄晏스님이 몰래 가져다 마조스님에게 보이는데 이에 마조스님이 큰
            칭찬을 내린다. 큰 구슬이 두루 밝아 그 빛이 투철하여 막히는 곳 없이

            자재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혜해스님이 큰 구슬, 즉 대주화상大珠和尙
            으로 불리게 된 사연이다.

               인용된 구절은 네 가지 지혜(四智)를 묻는 질문에 응해 대원경지를 설
            명하는 내용이다. 여래의 본성은 맑아서 고요한 물과 같고, 텅 비고 고

            요하여 허공과 같다. 시비선악, 호오장단 등으로 둘로 나누는 일이 없
            다. 그리하여 몸과 마음이 두루 밝고 대상경계의 다양한 모양에 흔들




             284   퇴옹성철(2015),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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