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9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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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短과 시비득실是非得失을 총부지總不知함과 같다. 학도學道하는 인사
人士도 이 영해嬰孩와 같아서 영욕공명榮辱功名과 역정순경逆情順境이
그를 동요動搖하지 못하며 눈으로 색色을 보되 맹인과 같고 귀로 소
리를 듣되 농자聾者와 같아서, 여치如癡하며 사올似兀하여 그 심중心
中이 동요하지 않아 수미산須彌山과 같다. 조작造作과 연려緣慮가 없어
서 창천蒼天이 넓게 덮음과 같으며 후지厚地가 넓게 받치는 것과 같나
니 무심인 소이로 만물을 장양長養하여 여시如是의 무공용無功用 중
에서 시공施功한다. 비록 이러하나 그 과굴窠窟을 도출跳出하여야 한
다. 어찌 교중敎中에서 말함을 보지 못하였는가. 제8부동지보살第八不
動地菩薩이 무공용지無功用智로써 임운任運하여 살바야해薩婆若海에 유
입流入한다 하였으나, 납승은 여기에 도달하였어도 집착하여서는 불
가하다. 『능가경』에 “상생相生은 집애執礙요 상생想生은 망상이요 유
주생流注生인즉 망연妄緣을 추축追逐하여 유전流轉한다 하였으니, 만
약 무공용지無功用地에 도달하였어도 오히려 유주생流注生 중에 있으
니 제3유주생상第三流注生相을 출리出離하여야 비로소 쾌활자재快活自
在하다. 경에 말하기를, “급류수急流水를 바라보아도 염정恬靜함과 같
다.” 하였으니, 해자孩子의 6식이 비록 무공용無功用이나 염념念念히
유거流去함이 급류수와 같으니 어찌하리오.
현대어역 마치 갓 태어난 아기가 비록 6식을 갖추어 눈으로 보고 귀
로 들을 수 있으나 [그러나] 6진을 분별하는 일이 없어 좋고 싫음, 길
고 짧음, 옳고 그름, 얻고 잃음을 [이러한 때에는] 전혀 모르는 것과
같다. 도를 공부하는 사람도 또한 어린아이와 같이 영예와 오욕, 공
적과 명예, 역정나는 일이나 순조로운 상황이 [전혀] 그를 동요시킬
수 없어야 한다. 눈으로 모양을 보되 맹인과 같고, 귀로 소리를 듣되
제10장 대원경지 · 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