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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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없는 지혜로 [하나의 작은 티끌 속에서도 대법륜을 굴리고, 움직

                이고, 멈추고, 앉고, 눕는 모든 때에 득실에 구속되지 않으며] 오는
                대로 맡겨 일체지의 바다에 흘러 들어간다.”고 했다. 선을 닦는 수행

                자는 여기에 이르러서도 또한 집착해서는 안 된다. [오로지 때에 맞
                게 자재하여 차를 만나면 차를 마시고 밥을 만나면 밥을 먹는다. 이

                렇게 향상만 있는 일에는 선정의 정定 자가 붙어서도 안 된다. 또한
                선정이 없다는 부정不定 자가 붙어서도 안 된다. 석실선도스님이 대

                중들에게 설법하였다. “알지 않는가? 아기가 태중에서 나올 때 내가
                경전의 가르침을 볼 줄 안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가? 이때에는 또

                한 불성이 있다거나 불성이 없다거나 하는 뜻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곧 각종의 앎과 이해를 배워서는 내가 할 수 있다, 내가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이것이 외적인 대상에서 일어나는 번뇌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16가지 관법의 실천 가운데 어린아이의 실천이

                최고로서 분명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이때가 도를 공부하는 사람의
                분별과 취사를 떠난 마음의 비유가 된다. 어린아이를 찬탄하는 것

                은 비유로 삼을 만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린아이가 바로 진리라고 한
                다면 지금 사람들은 잘못 알게 될 것이다.” 또 남전스님은 “나는 10

                년을 여덟 번 지나서야 살아나는 살림살이를 할 줄 알았다.”고 했고,
                조주스님은 “나는 10년을 여덟 번 지나서야 집을 깨뜨리고 흩어버릴

                줄 알았다.”고 했고, “내가 남쪽에서 20년을 지내는 동안 죽 마시고
                밥 먹는 두 때만 이런저런 잡된 마음을 쓰는 자리였다.”고도 했다. 조

                산스님이 한 중에게 물었다. “보살이 선정 중에 향상香象이 강을 건너
                는 소리를 분명하게 들었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경이었지?” 중이 말

                했다. “『열반경』입니다.” 조산스님이 말했다. “선정 전에 들었는가, 선
                정 후에 들었는가?” 중이 말했다. “스님이 휩쓸리셨군요.” 조산스님이




                                                            제10장 대원경지 ·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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