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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머거리와 같아서 바보처럼 멍청이처럼 그 마음의 동요 없음이 수
미산과 같아야 한다. [이것이 참선하는 수행자가 진실로 힘을 얻는
자리이다. 옛사람이 말했다. “누더기를 머리에 덮어쓰고 모든 일을
쉬노라. 이러한 때에 산에 사는 이 중은 아무것도 모르노라.” 만약
이럴 수 있다면 그나마 조금 상응하는 바 있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를 전혀 속일 수는 없으니 산은 변함없이 산, 물은 변함없이 물이
라] 조작하는 마음과 분별하는 마음이 없으니, [마치 해와 달이 허공
을 운행하면서 잠시도 멈추는 일 없지만 스스로 자기가 이런저런 이
름과 모양을 갖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것은 하늘이 두루 덮어주고 땅이 두루 받쳐주는 것과 같아서
무심으로 만물을 길러주지만 [또한 스스로 이런저런 공을 실천했다
고 말하지 않는다. 하늘과 땅은 무심이기 때문에 영원하니, 만약 유
심이라면 제한이 있게 된다. 도를 얻은 사람도 또한] 이와 같이 일부
러 공부하려 애쓰지 않는 가운데 일을 한다. [뜻에 맞지 않는 모든
일이나 순조로운 모든 일을 모두 자비의 마음으로 끌어안는 이 자리
에 이르렀다 해도 옛사람들은 오히려 이렇게 꾸짖었다. “밝고 밝아
밝은 때에 밝힐 것이 없고, 현묘하고 현묘하여 현묘한 자리에서 오로
지 꾸짖음이 필요하다.” 또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일마다 일마다 통
하고 모든 사물에 밝다고 하겠는가? 통달한 사람은 그것을 듣고 암
암리에 놀란다.” 또 이렇게도 말했다. “성인의 지위에 들어가고 범부
를 뛰어넘는 일에 소리를 내지 않으니, 누워 있는 용은 푸른 연못 맑
은 것을 늘 두려워한다.” 인생에 길이길이 이와 같음을 얻는다 해도
대지가 이름 하나 남기는 일 있던가?]
비록 이러하나 또다시 그 깃들어 머무는 소굴에서 벗어나야 한다.
알지 않는가? 가르침에 말하기를 “제8지 부동지보살이 인위적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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