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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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이 한 가지만 들 뿐이므로 여기에 더해 이리저리 생각해 볼 것이
없다. 그대가 그에 대해 묻는 순간 이미 그대가 떨어져 있는 것을 알
아차리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제6식이 비록 인위적 조작이 없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생각생각 흐름을 멈추지 않는 것이 마치 급류의 물
과 같은 것이다.[마치 끊어짐 없는 물의 흐름과 같다.]
[해설] 『벽암록』 제80칙, 조주스님의 어린아이 화두에 붙인 원오스님
의 평창이다. 어떤 중이 ‘갓 태어난 아기에게 6식이 갖추어져 있는가’를
묻자 조주스님이 ‘급류 위에서 격구시합을 하는 것’과 같다고 대답한다.
이 중이 다시 투자스님에게 격구시합의 뜻을 묻자 투자스님은 ‘생각생
각이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이 본칙에 대해 원오스님이 평창으로 긴 설명을 붙인다. 원래 조주스
님에게 질문한 이 중은 자기가 제6식의 작용은 있지만 모양에 따른 분
별과 취사선택을 하지 않는 경계에 도달했다고 자부하는 입장이었다.
그리하여 자신의 경계를 밝히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고자 한 것이다.
이에 조주스님은 그것이 ‘급류 위에서 격구시합을 하는 것’과 같다고 답
한다. 어린아이의 제6식이 비록 인위적 조작이 없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생각생각 흐름이 멈추지 않는 것이 마치 급류의 물과 같다고
말한 것이다. 그뿐인가? 이 중은 끝없이 흘러 잠시도 멈추지 않는 급류
와 같은 마음을 안정된 것으로 보고 거기에서 무엇인가를 잡으려 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급류 위에서 공을 맞추려는 것과 같아 불가능하다.
이것이 조주스님과 투자스님의 대답이 가리키는 바이다.
성철스님은 어린아이와 같은 무심지를 성취했다 해도 여전히 제8식의
마계이므로 여기에서 다시 용맹심을 일으켜 근본무명을 끊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 문장을 가져왔다. 성철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제10장 대원경지 · 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