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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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의 문장 인용에 나타나는 큰 특징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다음
으로 ⑧의 긴 문장을 모두 생략하였다. 생략된 문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것은 마치 그림을 그리는데 모든 색을 다 칠하였지만 형상을 드
러내는 마지막 마감(妙色)을 아직 깔끔하게 정리하지 않은 것과 같
이 구경지보살의 오묘한 지혜도 그와 같음을 알아야 한다. 또 그
림을 그리는데 모든 색을 다 칠하고 마지막의 마감도 모두 깔끔하
게 정리한 것과 같이 여래의 오묘한 지혜도 그와 같음을 알아야 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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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의 생략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첫째, 비유를 생략하
고 핵심만 드러내고자 하는 성철스님의 언어 전략에 의한 것이다. 성철
스님은 문장을 인용할 때 가능하면 비유를 생략하고자 한다. 비유는
어렴풋한 짐작을 일으킨다. 성철스님은 이것을 아예 모르는 것보다 위
험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원래의 맥락에서는 얇은 비단의 비유, 그림의
비유, 어두움의 비유, 원근의 비유, 백태의 비유, 태아의 비유, 꿈의 비
유, 어두운 등불의 비유 등 여덟 가지의 비유를 통해 구경지보살과 여
래의 차이를 설하고 있다. 그중 특히 비유적 성격이 가장 강한 것이 위
에 생략된 그림에 대한 비유이다. 비유를 보고 일어나는 어렴풋한 이해
를 깨달음으로 착각할 위험이 다분하므로 이를 생략한 것이다.
둘째, 이것이 구경지보살과 여래 간에 완성과 미완성의 관계, 혹은
『
23 瑜伽師地論』(T30, p.574b), “如畫事業, 圓布衆彩, 唯後妙色, 未淨修治, 到究竟
地菩薩妙智, 當知亦爾. 如畫事業, 圓布衆彩, 最後妙色, 已淨修治, 如來妙智, 當
知亦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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