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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한다. 6조스님은 이것을 자성법문으로 환치한다. 자성은 있는 그대로
청정하고 밝아 해와 달과 같다. 문제는 분별망상의 구름이 이것을 가리
고 있다는 데 있다. 그리하여 위는 밝지만 아래는 어두운 상황, 이것이
본래 부처를 보지 못하는 중생의 살림이다. 그러다 선지식을 만나 진여
자성의 바른 법을 들어 눈을 뜨게 되면 나의 심신을 포함한 우주법계
가 자성에서 일어난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드러남에는 안팎이
없으므로 이것을 내외명철이라 하고, 다른 표현으로는 청정한 자성의
법신불이라 한다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6조스님 역시 “자성의 진여광명
이 시방법계를 환히 비추는” 294 내외명철을 견성이라 했다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해서 이 문장을 가져왔다.
인용문에 보이는 것과 같은 생략이 행해졌다. ①의 ‘근본마음을 알
게 되면(若識本心)’은 앞의 문장과 중복되므로 생략하였다. 이 문장은 원
래 ‘내외명철→본래 마음’, ‘본래 마음→근본해탈’, ‘근본해탈→반야삼
매’, ‘반야삼매→무심’과 같이 고리식 논리 전개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계속해서 앞뒤로 중복된 말이 나오게 된다. 성철스님은 이
중복되는 부분들을 모두 생략하여 절제된 문장을 구성하고자 하였다.
②의 ‘만약 해탈을 얻었다면(若得解脫)’의 구절이 생략된 것도 ①과 같
은 이유이다. 다만 뒤의 ‘그것이 바로 반야삼매(卽是般若三昧)’가 생략된
것은 별도의 설명을 필요로 한다. 본래 이것은 마하반야바라밀의 설법
으로서 자성에 이미 갖추어진 반야지혜를 설하는 문장이다. 그런데 성
철스님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혜를 바로 대원경지로 옮겼다. 반
야지혜와 대원경지가 기본적으로 다를 것은 없지만 원문에 대한 설명
이 필요하므로 아예 반야삼매의 문구를 생략한 것이다.
294 퇴옹성철(2015),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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