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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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성철스님은 왜 반야지혜를 대원경지로 바꾸어 번역한 것일

             까? 반야지혜는 본래 갖추고 있는 것이자 깨달음으로 완성되는 지혜이
             기도 하다. 이에 비해 대원경지는 구경의 깨달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설

             법 목적이 깨달음의 실경계인 내외명철을 강조하는 데 있었으므로 역
             시 깨달음의 실경계인 대원경지로 이를 해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했을 수 있다. 반야삼매의 생략은 이러한 고려하에 행해진 조절의
             뒤처리에 해당한다.

                ③에서는 ‘망념妄念’을 ‘망상妄想’으로 바꾸어 표현하였다. 뜻에는 차이
             가 없다.

                ④에서 ‘만약 선지식을 만나 진실하고 바른 법을 듣고(若遇善知識, 聞眞
             正法)’의 문장에서 선지식을 만나는 일을 생략한 것은 선지식에 대한 견

             해를 세울까 해서이다. 성철스님에게 깨달음은 수행으로 인한 것이지
             선지식과의 만남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성철스님 자신이

             선지식과의 인연 없이 스스로의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성취했던 일과
             도 관련이 있다. 그런 점에서 선지식을 만나 바른 법을 듣는 일이 생략

             되었다.
                원래 6조스님의 설법에서는 밖의 선지식과 안의 선지식이 있다는 점

             을 보여주고 양자를 모두 긍정한다. 다만 진정한 선지식은 안의 선지식
             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수행을 통해 안의

             선지식을 만나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다는 성철스님의 주장을 전개하
             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번거로운 설명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생

             략한 것으로 보인다.
                ⑤에서 ‘진정법眞正法’의 ‘정正’ 자를 생략하여 ‘진법眞法’으로 바꾸었다.

             진정법의 ‘진眞’은 ‘거짓(僞)’이 아니라는 뜻이고, ‘정正’은 ‘삿되지(邪)’ 않다
             는 뜻이다. 진정법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함의를 갖는다. 전체 불교의




                                                            제11장 내외명철 · 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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