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2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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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장벽이 무너져 안팎으로 철저하게 통하여 밝게 되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식음의 소멸이라는 궁극의 자리에 이르러야 진정한 내외
명철의 경계가 열린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인용문을 가져왔다. 이
를 논거로 하여 성철스님은 식음의 소멸이 “제8리야第八梨耶인 식음의
멸진” 296 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 문장 역시 『능엄경』에서 가져온 것으로 5음 소멸의 마지막
단계인 식음의 멸진과 그 경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식음이 모두 소멸
하면 진여가 현전하고 6근에 걸리는 바가 없게 되어 금강건혜金剛乾慧의
지위에 들어가게 된다. 여기에 ‘마를 건乾’ 자를 쓴 것은 애욕이 모두 마
르고 감각기관과 대상이 결합 작용을 일으키지 않아 오로지 지혜만 현
전하게 되었다는 뜻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금강건혜는 10지 이전의
지위를 가리키기도 하고, 10지는 물론 등각을 뛰어넘은 지위를 가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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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문맥상 10지 이전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이처럼 식음이 멸진하면 금강건혜가 일어나 모든 지위를 초월하여
평등한 깨달음이 완전히 밝아져서 구경의 여래지에 오르게 된다. 구경
의 여래지를 오묘하고 장엄한 바다라 한 것은 모든 강물이 바다에 들
어가 합류하는 것처럼 모든 덕이 통합되어 꾸미지 않아도 장엄하며 깨
닫고자 하지 않아도 깨닫게 되는 궁극의 도달처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식음이 멸진하여 금강건혜에 들어가는 지위와 그것을 뛰어
넘는 다양한 지위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성철스님은 이것을 모두 생략
296 퇴옹성철(2015), p.241.
297 楞嚴經箋』(X11, p.1066a), “始獲初乾, 是地前乾慧, 始起乾慧, 乾枯煩惱. 束前
『
修位, 證此金乾, 是初地. 二地已來皆證, 此等覺後金剛乾慧, 此乾慧與地前名同,
皆云乾慧, 義異. 前唯約乾枯煩惱, 未與如來法流水接, 乾有其慧, 名爲乾慧. 後
乾慧, 前念起乾慧, 後念便入妙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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