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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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버린다. 보살 10지는 물론 등각까지도 의미를 두지 않으므로 자세히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①에서는 식음의 멸진으로 ‘그대에게 모든 감각기관이 서로 통하는
호용이 현전하게 되고, 호용에서 보살의 금강건혜로 들어갈 수 있다’는
구절이 생략되었다. 금강건혜는 열 가지 금강심의 초지로서 금강초심이
라 부르기도 한다. 이 금강건혜는 교가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지위이지
만 그 설정 여부를 놓고 논의가 교차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성철스님은
수행상의 지위와 점차를 자세히 논하지 않는다는 원칙에서 이를 생략
하였다. 더구나 이 인용의 핵심은 모든 지위를 뛰어넘어 단번에 여래의
지위에 들어감을 논하는 데 있다. 성철스님이 생략한 지위론과 관련하
여 연지주굉스님의 논의를 들어볼 만하다.
이 말들은 선종의 곧바로 가리키는 가르침을 남김없이 드러내고 있
다. 다만 범부의 마음을 떨어낼 뿐 별도의 성스러운 이해가 없다는
말이 있고, 또 단번에 뛰어넘어 곧바로 여래의 지위에 들어간다는
말도 있는데 바로 이 뜻이다. 앞에서 수음受陰이 소멸하면 위로 60
단계의 성인의 지위를 거친다고 했는데 이것과 다르다. 거기에서는
거친다(歷)고 했고, 여기에서는 들어간다고 했다. 아래에서 위를 향
해 가는 것을 거친다(歷)고 하고, 온몸으로 완전히 도달하는 것을
들어간다(入)고 하기 때문이다. 298
한편 ②에는 ‘잡티 없는 마음(精心)’을 ‘청정한 마음(淨心)’으로 바꾸었
『
298 楞嚴經摸象記』(X12, p.501c), “此數語, 禪宗直指, 闡露已竟. 如云, 但盡凡心. 別
無聖解. 又云, 一超直入如來地, 正此意耳. 與前受陰若盡, 上歷六十聖位, 其意各
別. 彼言歷此言入, 從下望上之謂歷, 和身已到之謂入也.”
제11장 내외명철 · 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