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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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모습을 일으켜 걸림 없이 베풀 수 있는 것이다. 아래로 중생들의 간
절한 소원에 합치한다는 것은 나와 중생을 분별하는 마음이 없다는 뜻
이다. 그래서 14가지 두려움(十四無畏) 없음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동同과 합合의 핵심은 나와 남, 중생과 부처가 둘 아닌 경계에
들어간다는 뜻을 표현하는 데 있다. 이것을 ‘포함하여 받아들이다(含)’
로 바꾼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을 깨달은 위대한 존재가 그렇지 못한
가련한 존재들을 끌어안는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④에서 ‘중衆’ 자를 생략하여 ‘중생衆生’을 ‘생生’으로 표현하였다. ‘생生’
자만 가지고도 중생을 표현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일부러 생략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복원할 필요가 있다.
⑤에서는 ‘보문시현普門示現’을 ‘보동시현普同示現’으로 바꾸었다. 언뜻
‘문門’과 ‘동同’의 형태적 유사성으로 인한 오기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번역문에 ‘보편 동등하게 시현示現하여’로 되어 있기 때
문이다. 부처와 같아지고 중생을 포함하는 일이 모두 ‘동同’ 자와 통한
다. 그러므로 이것은 일관성을 구현하기 위한 변환으로 보인다. 또한 원
문의 ‘보문시현普門示現’은 중생제도의 측면에만 걸릴 수 있으므로 중생
과 부처에 동등하게 합일하는 ‘동同’ 자가 필요하다고 본 것 같다.
⑥의 ‘이以’ 자를 생략하였다. 이것은 ‘~이기 때문에(以~故)’의 문장을
만드는 관용어로서 이 중 하나가 없어도 의미상의 차이가 없으므로 생
략한 것이다.
⑦과 같이 ‘모든 지위를 단번에 초월한다(頓超諸位)’는 말을 ’지위를 초
월한다(超越地位)’로 바꾸었다. 의미의 변화는 없으며, 이것이 구경각의
특징인 내외명철에 대한 표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단번에 초월한다’는
원문이 더 효과적이다. 읽기의 편의를 위해서 글자를 바꾼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11장 내외명철 · 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