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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의 문장은 원래 식음의 소멸을 말하는 이 문장의 앞에 붙어 있던

            말이다. 식음의 소멸이 곧 전체 5음의 소멸임을 밝히고 있다. 성철스님
            은 이것을 문장의 뒤로 돌려 전체를 총괄하는 결론으로 삼았다. 주제

            의식을 분명히 드러내기 위한 조치에 해당한다.
               이 문장은 중요하다. 성철스님은 식음의 멸진을 언급하고 있는 감산

            스님의 문장을 인용하고 나서 ‘5음이 멸진하여 완전하게 깨닫는 일을
            제시한 것’이라 총괄 설명하였다. 왜일까? 성철스님의 입장에서 5음의

            멸진과 5음의 장애(陰魔)를 극복하는 길에 대한 이 순차적 설법은 일종
            의 방편에 해당한다. 진정한 설법의 핵심은 식음, 즉 아뢰야식의 멸진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식음이 멸진하면 여러 지위를 거치지 않고 불과
            를 완전하게 증득하게 된다는 것              299 이다. 그렇다면 굳이 5음의 멸진을

            차례로 말한 뒤에 마지막에 식음의 멸진을 설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
            에 대해 감산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므로 근본무명만 타파하면 바로 불과를 이루는 것이라 꼭 모
               든 지위를 거칠 필요가 없다. 따라서 5음이 멸진하는 차제를 하나
               하나 거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마음을 관찰하는

               일반적 길을 언급한 것이므로 하나하나 제시한 것일 뿐이다.                    300



               ⑦의 문장은 감산스님의 이러한 입장을 담고 있는 것이었으므로 성철
            스님 역시 이를 인용하여 그 핵심 주제를 강조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다

            만 감산스님은 이 문장을 앞에 두어 설법의 주제를 미리 밝혔고, 성철스



                『
             299   楞嚴經通議』(X12, p.654b), “此言識陰一破, 則不歷諸位, 一超直入圓證佛果.”
             300  楞嚴經通議』(X12, p.654c), “是則但破生相無明便成佛果, 不必定歷諸位也. 是知
                『
                五陰次第未必一一經歷, 但約觀心通途故須一一開示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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