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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기 위해 이 문장을 인용하였다.
이 중 원문에 표시한 바와 같은 부분들이 생략되었다. ①의 ‘1품[一
品]’을 생략한 것은 42위의 지위에 따라 각각 1품의 무명을 끊어 한 조
각씩 중도를 깨달아간다는 원래의 문맥에서 인용문을 독립시키기 위한
조치이다. 1품씩 무명을 끊어 40품의 미혹을 끊어내고, 다시 1품의 무
명을 타파하여 등각의 지위에 들어가며, 여기에서 마지막 1품의 미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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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을 끊어 묘각의 지위에 들어간다는 것 이 원래 문맥이다. 그러나 성
철스님은 상적광토에 거주하는 구경의 묘각에만 의미를 둔다. 각 지위
에 따른 무명의 타파를 말하게 되면 별수 없이 그 지위에 의미를 부여
하게 된다. 이에 따라 각 지위에 머물거나 지향하는 일이 나타나게 된
다. 그러므로 각 지위를 거치며 차례로 42품의 무명을 끊어 궁극의 깨
달음에 도달한다는 약도를 지울 필요가 있었다. 1품을 생략한 이유에
해당한다. 또 마지막에 남은 1품 무명이 미세무명인데, 1품이 이것과
동일한 말이므로 이를 생략한 것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②와 같이 긴 문장이 생략되었다. 묘각, 대열반에 대한 설
명으로서 태어나면서 가지고 나온 무명을 영원히 이별하고 열반의 산
정상에 올라 불생불멸의 차원에 노니는 일을 말하고 있다. 모든 현상
의 생성이 없고, 반야의 생성도 없으며, 생성 없음의 생성조차 없는 차
원이 그것이다. 성철스님은 구경각의 차원에 대한 형상적 묘사와 비유
를 대부분 생략한다. 그것이 지해적 차원의 이해를 불러일으키고 이에
기초하여 깨달음을 자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철스님에게 구경무심과
견성은 비유와 설명을 통해 알아듣고 이해해서 도달할 수 있는 자리가
『
310 天台四教儀』(T46, p.780a), “各斷一品無明增一分中道, 卽斷四十品惑也. 更破一
品無明入等覺位, 此是一生補處, 進破一品微細無明入妙覺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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