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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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해탈이다. 둘 아닌 중도의 이치(中)를 관조하고 실천함에 있어
서 다른 두 이치 역시 둘 아닌 중도임을 관조하고 실천하는 것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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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다.
성철스님은 교가를 대표하는 징관스님의 “고요한 멈춤과 밝은 비춤
이 함께 유통하여 심성을 남김없이 보게 된다.”라는 해설이 선종의 대
조사인 6조스님이 설한 “대열반은 두루 밝아 항상 고요함과 비춤이 함
께 한다.”라는 도리와 상통함을 보여주기 위해 이 문장을 인용하였다.
원문에 표시한 ①과 같이 ‘관조하고 실천함이 곧 열반3덕이며 열반3
덕을 완전하게 닦으면’ 장애가 모두 소멸하게 된다는 문장에서 앞부분
을 생략하여 원래의 맥락에서 독립시키고자 하였다.
그런데 단계를 설정하는 입장에서 보면 관행즉觀行卽은 이즉理卽과
명자즉名字卽을 통과하여 상사즉相似卽, 분진즉分眞卽, 구경즉究竟卽의
상급 지위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단계에 해당한다. 이렇게 나누고 보면
구경의 깨달음이 상적상조를 특징으로 한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 성철
스님의 인용 의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것이 전체 여정의 중간조차
넘지 못한 관행즉에 속한 묘사이기 때문이다. 생략을 통해 문맥을 독립
시키고자 한 이유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해서 성철스님의 논리 전개에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원
래 천태스님의 6즉은 나누면 6급의 단계가 되고 합하면 하나가 되는
관계에 있다. 분별하는 입장에서 6즉은 초생달과 보름달의 차이가 있
고, 무분별의 입장에서 6즉은 밝은 달이라는 동일성으로 규정될 수 있
『
312 大方廣佛華嚴經隨疏演義鈔』(T36, p.449c), “三觀行三德, 三德圓修. 障無不寂,
理無不照, 寂照雙流徹見心性, 又一空一切空卽是般若, 一假一切假卽是解脫, 一
中一切中卽是法身.”
제12장 상적상조 · 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