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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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라고 하였다.
[해설] 화엄종조인 현수법장스님은 불교의 가르침을 소승교, 대승초
교, 대승종교, 돈교, 원교의 5종으로 구분하고 『화엄경』을 궁극의 원교
로 판정한다. 이는 천태종의 8교八敎 중 화법4교化法四敎로 불리는 삼장
교, 통교, 별교, 원교의 분류에 영향을 받은 것인데, 이를 배대해 보면
소승교=삼장교, 대승초교=통교, 대승종교=별교, 돈교=없음, 원교=원교
의 관계가 된다. 그러니까 돈교는 현수스님의 분류에서 별도로 새로 세
운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천태종에서 말하는 8교 중 화의4교化儀四
敎, 즉 교화의 방법론에 돈교, 점교, 비밀교, 부정교가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점을 고려하면 방법론에 속하는 돈교를 내용에
따른 구분에 편입시킨 것이라 말할 수도 있다. 현수스님의 돈교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네 번째, 돈교에서는 현상의 차별적 모습에 대해 말하지 않고 오로
지 진여자성만을 논할 뿐이다. 또한 8식의 분류도 없다. 모든 있음
은 오직 망상일 뿐이며, 모든 법의 실상은 오직 말길이 끊어졌을 뿐
이라고 한다. 일체의 가르침을 비판하면서 모든 것을 떠나 모양을
버리고 마음을 녹여 버리라 한다. 마음이 일어나면 그것이 곧 망상
이고, 일어나지 않으면 그것이 곧 부처라고 한다. 그러니 부처도 없
고 부처 아닌 것도 없으며, 생겨나는 일도 없고 생겨나지 않음도 없
다고 본다. 유마거사가 말없이 앉아 둘 아닌 이치를 드러낸 것 등이
그 핵심 교의이다. 316
『
316 華嚴經探玄記』(T35, p.116a), “四頓教中總不說法相唯辯眞性, 亦無八識差別之
相. 一切所有唯是妄想, 一切法實唯是絕言. 呵教勸離毀相泯心, 生心卽妄, 不生
卽佛. 亦無佛無不佛無生無不生, 如淨名默住顯不二等是其意也.”
제12장 상적상조 · 5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