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8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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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관스님은 이 중 ‘마음이 일어나면 곧 망상이고, 일어나지 않으면

            그것이 곧 부처(生心卽妄, 不生卽佛)’라는 구절에 자세한 설명을 붙인다. 인
            용문은 그것을 가져온 것이다. 『화엄경』을 일승원교로 높이기 위한 문

            맥에서 가져온 것이기는 하지만, 성철스님은 그 전체적 견해에 동의하
            는 입장이다. 돈교라 해서 교학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점차적

            지위를 설정하면 필연적으로 모양(相)의 분별과 그에 대한 집착(住), 그
            리고 그것을 지향하는 마음(念)이 일어난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진여실

            상을 바로 보는 일에 장애가 되므로 점교적 접근을 비판하는 것일 뿐
            이다.

               흥미로운 것은 성철스님 번역문에 보이는 ①의 ‘묘심妙心’이라는 구절
            이다. 징관스님이 말한 것처럼 잡념뿐만 아니라 도를 구하는 ‘보리심’ 역

            시 마음의 일어남에 속한다. 요컨대 모든 마음은 견성성불의 장애이다.
            이 구절은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 더 보편적일 것이다. 그런데 성철스님

            은 이것을 ‘묘심妙心’이라 번역하고는 강설에서 그것이 ‘견성했다’, ‘성불했
            다’는 생각을 일으키는 일 이라 해설한다. 미묘한 마음(微妙心)을 갖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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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살이라 해도 그것이 마음인 한, 참다운 성불과는 거리가 멀다는 성철
            스님의 주장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이다.



               【12-6】  雙照有空하며 不住內外하니 似谷答聲而絕慮하고 如鏡鑒

               像而無心하야 妙湛圓明하야 寂而常照로다



               선문정로  공空과 유有를 쌍조雙照하며 내內와 외外에 주유住留하지 않
               으니, 공곡空谷이 성음聲音을 대답함과 같아서 심려心慮가 영절永絶하




             317   퇴옹성철(2015),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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