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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아서 무심이 체體가 되며 감조鑑照가 용用이 되어 합하여 그 실상
이 되는지라, 또한 선종에서 체體에 즉卽한 용用이 자지自知하며 용用
에 즉한 체體가 항적恒寂하여 지智와 적寂이 둘이 아님이 ③진여의 실
상이 됨과 같느니라.
현대어역 고요함과 비춤이 둘 아닌 것이 바른 깨달음의 모양이다. 그
것은 마치 밝은 거울과 같다. 비춘다는 마음이 없음을 본체로 하고,
밝은 비춤을 작용으로 하며, 그것을 통합한 것이 모양이 된다. 또한
그것은 선종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본체와 한 몸인 활용으로 스스
로 알며, 활용과 한 몸인 본체로서 항상 고요하다. 앎과 고요함이 둘
아닌 이것이 깨달은 마음의 모양이다.
[해설] 바른 깨달음이란 “도리를 관조한다는 마음이 아예 없으며, 모
든 현상에 평등하여 의혹이 없는 경계” 이다. 인용문은 『화엄경』 「여래
318
출현품」에 대한 징관스님의 해설에서 가져왔다. 관조한다는 마음이 아
예 없는 무심을 본체로 하고, 밝게 비추어 의혹을 끊음을 활용으로 한
다. 그리고 이 둘이 한 몸으로 결합한 것이 깨달음의 모양이라는 것이
다. 그것은 예문에 있는 것처럼 거울과 비춤으로 비유되기도 하고, 등
과 빛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성철스님은 이렇게 밝게 비추되 비춘다는
주체로서의 마음이 없고, 대상에 대한 분별이 없는 거울과 같은 적조무
이寂照無二의 경계가 바른 깨달음의 자리임을 밝히기 위해 이 문장을 가
져왔다.
이 중 ①에서는 ‘지知’ 자를 ‘지智’ 자로 변환하였다. 변환한 대로 하
『
318 大方廣佛華嚴經』(T10, p.275a), “於一切義, 無所觀察. 於法平等, 無所疑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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