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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유마는 침묵한 것이다.



            [해설]  영가스님의 『선종영가집』의 여섯 번째 노래인 「우필차송」의 문

            장이다. 우필차는 사마타와 비파사나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정
            혜를 균등하게 닦는 일이다. 그러니까 우필차는 곧 천태에서 말하는 지

            관쌍운이다.
               영가스님은 6조스님을 만나기 전에 천태학을 공부한 일이 있다. 그

            러므로 천태의 지관설법에 밝았다. 천태지관의 핵심은 망념의 멈춤(止)
            과 실상의 관조(觀)를 실천하는 데 있다. 물론 이 둘은 그것을 통일적으

            로 실천하는 지관쌍운止觀雙運이라야 진정한 의의를 갖는다.
               영가스님이 『선종영가집』에서 천태지관을 거론한 것은 불교사적 의의

            가 크다. 그 영향으로 당시 중국에서 소실되었던 천태학이 부흥하는 계
            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천태학은 당말 5대의 전란기에 소멸한 사

            상이었다. 그런데 오월왕 전홍숙錢弘俶이 영가스님의 『선종영가집』에 나
            타난 천태학의 도리를 중시하여 그것을 되살리고자 한다. 당시 천태학

            은 고려에만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이에 오월왕은 천태학의 고
            승인 고려의 제관諦觀스님을 초빙하여 이를 부흥시킨다. 그런 점에서 영

            가스님은 천태학과 인연이 깊다.
               그런데 영가스님이 말하는 사마타와 비파사나와 우필차는 천태학과

            같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영가스님은 천태학과 6조스님의 돈오
            선을 융합하는 입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의하면 사마타는 망념을

            멈추는 일(止)이다. 어떻게 망념을 멈추는가? 영가스님은 망념을 억제하
            는 길이 아니라 자성에 본래 갖추어져 있는 무심으로 돌아가는 길을 제

            시한다. 이것이 바로 영가스님의 자성 사마타론이다. 영가스님의 자성
            사마타론은 6조스님을 만나 확고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공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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