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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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조차 내려놓는 일을 통해서 도달하는 자리이다.

                이와 관련하여 『능엄경』에서는 “날뛰는 마음을 쉬게 되면 그 쉼이 바
             로 깨달음이다. (狂心若歇, 歇則菩提.)”라고 했다. 또 마조스님은 “도는 애써

             닦는 데 있지 않으니 오직 오염되지 않도록만 하라. (道不用修, 但莫汚染.)”
             고 했다. 나아가 『신심명』에서는 “주체와 대상이 없는 밝음은 저절로 비

             추는 것이라, 마음에 애를 쓸 일이 없다. (虛明自照, 不勞心力.)”고 했다. 모
             두 같은 도리를 가리키는 표현들이다.

                한편 비파사나는 모든 현상이 인연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서 별도
             의 실체가 없음을 밝게 보는 일을 가리킨다. 밝게 보기만 한다면 모든

             곳이 진리를 확인하는 도량이 되고, 모든 일이 깨달음의 현장이 된다.
             요컨대 비파사나는 대상으로서의 이치와 주체로서의 마음이 둘이 아님

             을 확인하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진정한 비춤이다.
                이렇게 볼 때 사마타의 수행으로 동요에서 벗어나 고요한 안정에 이

             르고, 비파사나의 수행으로 어두움에서 벗어나 밝은 지혜에 이르게 된
             다. 이것은 이론적으로 의심할 바 없는 진리이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

             수행에 별도의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그 순간 어느 한쪽에 치우
             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두 수행에 집착하는 마음을 모두 내려

             놓고(捨) 균등한(等) 실천에 들어가야 한다. 이것은 공空의 도리와 가假의
             현상과 중도(中)의 실상을 함께 보는 일심3관一心三觀의 천태관법과 궤

             를 같이한다. 이것이 바로 동시 부정(雙奪)과 동시 긍정(雙與)을 특징으로
             하는 우필차이다. 인용문은 우필차에 대한 노래에서 가져왔다.

                성철스님은 ①의 ‘사마타奢摩他(止·定)’, ②의 ‘비파사나毘婆舍那(觀·慧)’,
             ③의 ‘우필차優畢叉(捨·平等)’ 등과 같이 한문 원전에 협주를 추가했다. 각

             각의 수행 주제를 요약하여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말하자면 사마타는
             멈춤(止)과 선정(定), 비파사나는 관찰(觀)과 지혜(慧)에 해당하며, 이 둘




                                                            제12장 상적상조 ·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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