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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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을 방장실로 불러 『금강경』을 설한다. 이때 행자 혜능은 ‘머무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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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이 그 마음을 내야 한다(應無所住, 而生其心)’ 는 구절에서 남김없이 깨
            닫는다. 그리하여 일체의 현상이 자성에서 일어난 것임을 노래한다. 이

            에 5조스님은 그 깨달음을 인가하며 인용문과 같이 말한다. 깨달으면
            곧 부처라는 것이다. 이 제1장의 제목인 견성즉불과 일맥상통하는 발언

            이다.
               성철스님은 이에 기초하여 6조스님의 16년 은거를 깨달음 이후의 보

            임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반박한다. “견성하면 곧 천인사불이라고 말씀
            하셨지 견성했으니 더욱 부지런히 갈고 닦아 다음에 성불하라고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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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진 않으셨다.” 라는 것이다.
               인용문에 표기된 바와 같이 인용된 문장 중에 추가, 생략, 변환이

            가해졌다.
               ①은 ‘조사가(祖)’로 되어 있는 원문을 ‘5조五祖가〜’로 바꾸어 그 신분

            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 것이다. 전체 『육조단경』을 읽는 입장이라면 ‘조
            祖’가 5조 홍인스님을 가리킨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독립된

            문단으로 잘라 인용하면 문맥이 사라지므로 그 주어를 밝힌 것이다.
               ②의 ‘본성을 깨달았음을 알고(知悟本性)’를 생략하였다. 원래 이 문장

            은 자성이 본래 청정하고, 본래 불생불멸하며, 본래 완전하며, 본래 움
            직이지 않으며, 만법을 생성하는 것임을 비로소 알았다고 밝히는 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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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능의 사자후 와 그 깨달음에 대한 5조스님의 인정을 내용으로 전달


             25   성철스님은 『금강경』의 사연 많은 이 구절을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이 난다’로
                해석했다. 원택스님의 회고에 의하면 “다들 그 마음을 내야 한다(낸다)라고 하는
                데, 나처럼 보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26   퇴옹성철(2015), p.38.
             27   宗寶編, 『六祖大師法寶壇經』(T48, p.349a), “何期自性, 本自清淨. 何期自性, 本不
                生滅. 何期自性, 本自具足. 何期自性, 本無動搖. 何期自性, 能生萬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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