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정독 선문정로
P. 64

런데 이 ‘본래 있다(本有)’는 말은 자칫 ‘그러므로 수행할 필요가 없다’는

            수행무용론으로 흐를 수 있다. 철저한 수행과 완전한 깨달음을 강조하
            는 성철스님의 입장에서는 이 불성본유론에 대한 논의를 이후로 미루

            어 수행무용론의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
            은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다. 불성은 원인으로서의 깨달음과 결과로서

            의 깨달음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성철스님은 이치적으로는 인과원융이
            지만 실천적으로는 인과가 분명하다는 입장을 취한다. 깨달음의 원인인

            불성을 본래 갖추고 있음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것을
            알아 온몸을 던져 노력하여 진정한 깨달음이라는 결과에 도달할 때 불

            성론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본本’ 자의 생략과 관련하여 음미해 보아야
            할 내용들이다.



               【1-14-①】  見性하면 卽成如來니라



               선문정로  견성하면 즉시에 여래가 되느니라.



               현대어역  견성하면 바로 여래가 된다.



            [해설]  『종경록』의 문장이다. 돈오를 표방하는 선종에서 부처가 되겠

            다는 지향을 세우는 일은 문제가 된다. 자성은 눈앞의 만 가지 사물로
            드러나 있다. 그러므로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이 일이 자성 아님이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밖에서 어떤 특별한 무엇을 구하는 순간 자
            성을 배리하게 된다. 당연히 견성이 일어날 수 없다. 반면에 네모난 그

            릇은 네모난 대로, 둥근 그릇은 둥근 그릇대로 성품이 드러난 것임을
            바로 보아 유감이 없다면 견성은 당연한 일이 된다. 있는 이대로 부처이




            64 · 정독精讀 선문정로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