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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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겁은 무한한 시간을 가리키지만
수행에 임하는 자세에 따라 실제 체감은 달라질 수 있다. 『법화경』에서
는 일념으로 수행하는 이에게는 50소겁이 반나절과 같다고 했고, 『유마
경』을 보면 보살은 1겁을 7일로 바꾸는 위신력을 갖는다고 했다. 그러
므로 지금 당장 성품을 보지 못하는 일에 간절한 분심을 발하는 수행
자는 한마음에 성불할 수 있고, 간절함이 없는 수행자는 3아승지겁을
거쳐도 불지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인용문은 이러한 문맥에서 가
져온 것이다. 성철스님은 돈오견성이 곧 구경각임을 밝히는 논거로 인
용하였다.
이 인용문과 관련하여 1981년 본을 보면 ①과 ③의 ‘진성眞性’이 ‘불
성佛性’으로 표현되어 있다. 원문의 진성眞性을 성철스님이 불성佛性으로
바꾸어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2006년 본과 2015년 본에서 진
성眞性으로 복원된다. 대체적인 판본의 상황을 살펴보면 성철스님이 직
접 교정한 1981년 본이 가장 정확하고, 이후의 판본에는 잘못된 입력
으로 인한 오류가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이 인용문의 경우, 교정자가
원문에 따라 교정한 것으로 보여진다. 원래 진성과 불성은 구별 없이
동일하게 쓰이는 단어로서 의미상 차이는 없다. 그렇지만 성철스님이
어떤 이유로 이것을 바꾸어 표현하고자 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것을 교
정자가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만약 교정자의 판단에 따라 바꾸어
도 된다면 성철스님의 의도적 손질을 거쳐 새롭게 조직된 문장들을 모
두 원문에 따라 복원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거듭 확인하겠지만 『선
문정로』의 인용문은 성철스님이 원전에서 그대로 채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에 의해 손질을 하여 새롭게 구성한 문장들이 주를 이룬
다. 따라서 2015년 본의 진성眞性은 성철스님의 최초 표현과 같이 불성
佛性으로 교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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