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정독 선문정로
P. 63
한다. 견성이 곧 성불임을 보여주는 데 인용의 목적이 있었으므로 행자
혜능의 깨달음 선언과 연결된 해당 구절을 삭제한 것이다.
③에서는 ‘혜능惠能’을 ‘6조六祖’로 바꾸었다. 당시 6조스님은 의발을
전수받기 전이었으므로 6조일 수 없다. 더구나 『육조단경』의 이 부분은
6조스님이 자신의 깨달음 인연을 스스로 회고하는 장면이다. 그래서
원문에 혜능으로 되어 있다. 6조스님이 스스로 ‘이 혜능에게~’라고 자
신을 호칭한 것이다.
그런데 성철스님은 이 설법을 통해 견성하면 그대로 부처라는 것이
종문의 철칙임을 밝히고자 한다. 따라서 6조스님의 견성이 구경각임을
강조하기 위해 행자 혜능을 6조로 바꾼 것이다. 성철스님에게 유일한
기준은 견성의 여부에 있지 사회적 공인의 여부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
었다. 말하자면 이미 깨달았으므로 6조인 것이다. 이것은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조祖’를 ‘5조五祖’로 바꾼 또 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5조
와 6조가 공존하므로 그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④의 ‘본래 마음을 모르면 법을 공부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不識本
心, 學法無益)’는 구절을 생략하였다. 바로 뒤의 ‘만약 자기의 본래 마음을
알고 자기의 본래 성품을 보면(識自本心, 見自本性)’의 구절과 의미상 중복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⑤에서 ‘본本’ 자를 생략하여 ‘스스로의 본래 마음(自本心)’을 ‘스스로
의 마음(自心)’으로 바꾸었다. 의미상의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인용된 문
장을 다시 살펴보면 ②, ④, ⑤에 보이는 바와 같이 ‘본本’ 자가 공통적
으로 생략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심지어 ‘본本’ 자를 생략하지 않은
‘식자본심識自本心’의 구절 역시 ‘자성을 명견하면’으로 번역하여 ‘본本’ 자
의 의미를 삭제하였다.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일까?
원래 불성본유佛性本有 사상은 『육조단경』의 핵심 중의 하나이다. 그
제1장 견성즉불 ·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