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5 - 정독 선문정로
P. 625
한 연후에 3현三賢과 10성十聖을 차제次第로 수증修證한다고 하였다.
현대어역 돈과 점, 깨달음과 닦음에 있어서 돈오(태양이 뜨는 일, 아이가
태어나는 일)하고 점수(서리가 녹는 일, 아이가 자라는 일)함은 해오이다.
먼저 단번에 깨달아야 비로소 점차적으로 닦을 수 있다는 것은 해오
이다. [장애를 끊는 일로 말하자면 태양은 단번에 뜨지만 서리와 이
슬은 점차적으로 사라지는 것과 같다. 덕을 완성하는 일로 말하자면
아이가 태어나면 단번에 손발과 모든 감각기관을 갖추고 태어나지만
자라면서 그 뜻과 기운과 공과 업적을 성취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
로 『화엄경』에 말하기를, 처음 발심을 할 때 바로 정각을 성취한 후
에 10주, 10행, 10회향과 10지를 차례대로 닦아서 깨닫는다고 한다.
[해설] 규봉스님의 두 문장이 인용되어 있다. 첫 번째 인용문은 『원각
경』에 대한 해설에서 가져온 것이다. 여기에서 규봉스님은 수행과 깨달
음의 단계에 대해 논의한다. 규봉스님에 의하면 참선은 선정과 지혜(定
慧), 깨달음과 수행(悟修), 돈과 점(頓漸)을 고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 어
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돈점의 두 요소를
결합하여 돈오점수, 점수돈오, 돈수점오, 점수점오, 돈오돈수의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 규봉스님 돈점 논의의 특징이다. 이 인용문을 포함하는
전체 맥락은 다음과 같다.
그 돈과 점(頓漸), 깨달음과 닦음(悟修)에 있어서 돈오(태양이 뜨는 일,
아이가 태어나는 일), 점수(서리가 녹는 일, 아이가 자라는 일)는 해오이다.
점수돈오(나무를 베어 도성에 들어가는 일), 돈수점오(거울을 닦는 일, 활쏘
기를 배우는 일), 점수점오(9층의 누대에 오를 때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더
제13장 해오점수 · 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