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8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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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그것이 앞의 인용문에서 설명한 내용과 기본
적으로 겹치므로 생략하였다. 다음으로 이 설득력 있는 비유가 해오점
수의 타당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생략하였다. 해오점
수에 대한 비판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입장에서 굳이 길게 인용할 필
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성철스님은 해오를 돈오와 같은 것으로 보는 교가의 논의가 있기는
하지만 선문에서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돈오라
는 용어는 같이 사용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346 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견성이라는 용어도 입장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고 주
장한다.
또한 견성에 있어서도 ‘해오점수’에서 말하는 견성과 ‘증오돈수’에서
말하는 견성에는 차이가 있다. 해오의 견성은 10신초十信初이고 증
오의 견성은 10지를 넘어선 최후의 묘각을 일컫는다. 347
다음으로 ④에서 ‘즉卽’ 자를 ‘편便’ 자로 대체한 것은 그것이 보다 널
리 알려진 표현이기 때문이다. 초발심을 할 때 ‘바로(卽=便)’ 정각을 성취
한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
⑤의 ‘그런 뒤(然後)’를 ‘~한 이후(後)’로 줄인 것은 앞뒤의 문장을 하나
로 연결하기 위해서이다. 성철스님은 ‘처음 발심을 할 때에 문득 정각을
성취한다’는 문장이 독립적으로 이해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이
것을 연결형 문장으로 만들었는데, 이를 통해 ‘정각을 성취한 뒤 차제
에 따라 닦아서 증득한다’는 돈오점수적 의미가 드러난다. 비판적 논의
346 퇴옹성철(2015), p.266.
347 퇴옹성철(2015),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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