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7 - 정독 선문정로
P. 627

대한 논의에는 관심이 없다. 또 수행자에게 그것을 권할 생각도 없다.

             오히려 그 흥미진진한 논리 전개가 수행의 핵심 과제를 흐릴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래서 돈과 점, 오와 수의 다양한 조합을 논의하겠다

             는 서론을 돈오점수로 바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고자 한 것이다. 이로
             인해 ‘돈오점수頓悟漸修라 함은 돈오(일출日出과 해생孩生)와 점수(상소霜消와

             해장孩長)이니’라는 동어 반복식 문장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규봉스님식 논의의 틀에 성철스님의 실참실오론을 대입시켜

             보면 둘 사이의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성철스님은 실질적 깨달음
             으로 밀고 나가는 수행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이것은 의도적 수행

             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6조스님이나 마조스님과 차별화가 나타
             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성철스님을 실천적 점수론자로 볼 수

             있다는 관점이 제시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지금 당장 무심을 닦
             아 궁극적 무심에 이르는 화두선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러니까 조사선의 돈오와 여래선의 원각이 같은 것이라는 돈오원각론이
             성철선의 원칙이고, 구경무심론이 성철선의 내용이라면, 지금 당장 무

             심을 실천함으로써 궁극적 무심에 이르도록 이끄는 간화선의 실참실오
             는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론에 속한다.

                ②의 ‘야也’ 자는 단순한 생략이다. 한글 현토를 ‘~니’로 달아 연결형
             문장으로 만들었으므로 문장을 마감하는 조사인 ‘야也’를 생략할 필요

             가 있었던 것이다.
                ③의 긴 문장을 생략하였다. 괄호로 표시된 이 협주는 본래의 판각

             에는 두 줄로 조판되어 본문과 구별되어 있다. 생략된 내용은 해의 비
             유와 아이의 비유이다. 해는 단번에 뜨지만 서리와 이슬은 점차적으로

             녹고 마르게 되며, 아이는 단번에 태어나지만 점차 자라면서 사람 노릇
             을 하게 된다. 돈오점수의 이치가 그와 같다는 것이다. 이것을 생략한




                                                            제13장 해오점수 · 627
   622   623   624   625   626   627   628   629   630   631   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