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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일)는 모두 증오이다. 돈오돈수(한 타래의 실을 단번에 자르거
나 단번에 물들이는 일)는 앞의 세 가지 경우와 통한다. 먼저 깨닫고(텅
비어 단번에 깨달음) 그 후에 닦는 것(집착도 깨달음도 없이 환하게 도에 통
합됨)을 해오라 하고, 먼저 닦고(약을 복용함) 그런 뒤에 깨닫는 것(병
이 제거됨)을 증오라 한다. 닦음(무심하여 비추는 일조차 없음)과 깨달음
(인연대로 맡기고 고요한 본체 그대로 앎)을 동시에 한다면 해오와 증오에
모두 통한다. 본래 갖추어진 일체의 부처님 덕을 깨달음(큰 바다의 물
을 마시는 일)이라 하고, 한 생각에 만 가지 실천을 갖추는 일을 닦음
(모든 강물의 맛을 아는 일)이라 한다면 그 역시 해오와 증오에 함께 통
한다. 345
예문은 이 중 첫 번째 문단을 가져온 것이다. 표시한 바와 같이 ①의
‘돈점오수자頓漸悟修者’를 ‘돈오점수자頓悟漸修者’로 바꾸었다. 여기에서 돈
점오수자頓漸悟修者는 돈頓과 점漸, 오悟와 수修의 다양한 조합을 보여주
기 위한 개괄적 제시에 해당한다. 이것을 번역하면 ‘그 돈과 점(頓漸), 깨
달음과 닦음(悟修)에 있어서’로 옮겨진다. 이 총괄적 제시에 이어 돈점의
논의가 전개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돈오점수는 그 다양한 조합의 하나
에 속하는 것이다.
그런데 성철스님은 ①의 총론격 주제어를 각론의 첫 번째 주제어인
돈오점수로 바꾼다. 규봉스님이 돈오점수가 해오에 속한다고 밝힌 내용
을 바로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성철스님은 돈점의 다양한 조합과 그에
『
345 圓覺經大疏』(X9, p.334c), “其頓漸悟修者, 頓悟(日出孩生)漸修(霜消孩長)爲解悟.
漸修頓悟(伐木入都), 頓修漸悟(磨鏡學射), 漸修漸悟(如登九層之臺, 足履漸高所鑒漸
遠), 並爲證悟. 若云頓悟頓修(斬染綟絲), 則通三義, 謂先悟(廓然頓了)後修(不著不
證曠然合道)爲解悟, 先修(服藥)後悟(病除), 爲證悟, 修(無心忘照)悟(任運寂知), 一時
卽通解證, 若云本具一切佛德爲悟(如飲大海), 一念萬行爲修(得百川味)亦通解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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