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2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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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뜻으로서 깨달음의 완성이 아니므로 설법과 법문답을 전혀 하지 못
한다는 뜻이 된다. 성철스님은 이를 통해 여기에서 말하는 처음의 깨달
음(初悟)은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며 진정한 깨달음에 도달할 수 없는 태
생적 한계를 갖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성철스님이 해오를 부정하는 것은 그것이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 해오가 대부분 오해, 혹은 착각일 수 있다고 보기 때
문이다. 무심의 바다를 항해하는데 유심에 방향타를 맡겨 둔다면 그
배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뜻이다.
【13-3】 此頓悟漸修之義①[意]는 備於一藏大乘而起信圓覺華嚴
이 是其宗也니라
선문정로 이 돈오점수頓悟漸修의 의의意義는 일장대승一藏大乘에 구비
하였는데, 『기신론』, 『원각경』, 『화엄경』이 그 종宗이다.
현대어역 이 돈오점수의 의의는 대승경전에 담겨 있는데, 『기신론』,
『원각경』, 『화엄경』이 그 정통이 되고 있습니다.
[해설] 규봉스님이 승상 배휴에게 설법하는 문장에서 가져온 것이다.
규봉스님은 돈오와 점수의 통일적 구현이야말로 바른길이라고 규정한
뒤, 이것을 잣대로 하여 여러 수행 유파를 판정한다. 이 판정에 의하면
남종은 돈오를 갖추었지만 점수가 없고, 북종은 점수만 있을 뿐 돈오
가 없다. 그래서 둘 다 불완전하다. 이에 비해 하택종은 돈오점수에 완
전하다. 그의 비판과 주장이 서 있는 지점이다. 먼저 그의 남종 비판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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