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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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에서는 항상 탐욕과 분노, 자비와 선행이 모두 불성이므로 어
떤 차별도 없다고 말합니다. 물의 축축한 본성이 전혀 다를 바 없
다는 것만 보고, 그것이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엎기도 하여, 좋고
나쁨이 분명하게 구별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일과 같습니다. 그
래서 남종은 돈오문에는 가깝지만 점수문에는 전혀 맞지 않습니
다. 그런 점에서 오류이고 완전히 틀리게 되는 것입니다. 우두종은
반야공에 통달하여 돈오문으로 절반을 완수하고, 감정을 내려놓는
점수문으로 결손이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353
여기에서 말하는 우두종은 우두스님을 종조로 하는 우두산 계열의
선맥을 가리킨다. 우두종에서는 반야공관에 뿌리를 두고 세계와 만물,
모든 존재에 실체가 없다는 깨달음에 도달하고자 한다. 자아라 할 실
체가 없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할 실체가 없으므로 모든 것을 꿈처
럼 보는 실천이 일어난다. 이처럼 반야공의 깨달음에 기초하여 시비호
오의 감정적 판단을 내려놓는 실천을 지속함으로써 고통과 속박을 벗
어나 해탈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우두종의 수행모델은 동산법문
으로 불리는 5조 홍인스님의 좌선관심坐禪觀心의 적극적 수행법과 구별
된다. 그래서 우두종에서는 그 종조인 우두스님이 4조 도신스님에게 별
도로 법을 받았다는 법맥을 설정한다. 5조스님에게서 발원하여 신수스
님의 대에 번성한 동산법문과의 차별성을 세우기 위해서이다.
선종사적으로 볼 때 우두종은 그 마음을 쉬도록 하는 사상과 실천
이 도가의 무위자연사상과 닮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번뇌의 감정뿐만
『
353 中華傳心地禪門師資承襲圖』(X63, p.35c), “洪州常云, 貪嗔慈善, 皆是佛性, 有何
別者. 如人但觀濕性始終無異, 不知濟舟覆舟, 功過懸殊. 故彼宗於頓悟門雖近,
而未的於漸修門, 有誤而全乖. 牛頭以達空故, 於頓悟門而半了, 以忘情故, 於漸
修門而無虧.”
제13장 해오점수 · 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