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8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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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정로  홀연히 선지식善知識의 지시로 입로入路하여 일념에 회광回光

               하여 자기의 본성을 득견得見하여 이 성지性地에 원래로 번뇌가 없으
               며 무루無漏한 지성智性이 본연本然으로 구족하여 곧 제불과 더불어

               조금도 다르지 않는 고로 돈오라 한다. 비록 본성이 제불과 다르지
               아니함을 오득悟得하였으나, 무시無始의 습기習氣를 창졸히 제거하기

               난難하므로 오悟를 의지하여 수습修習한다. 점점 훈습薰習하여 그 공
               功이 성취되어 성태聖胎를 장양長養하여 구구久久에 성성成聖할새 점

               수라 하느니라.



               현대어역  문득 선지식의 가리킴을 받아 바른길에 들어와 한 생각의
               빛을 돌이켜 자기의 본성을 보는 것이다. 이 본성의 자리에는 원래

               번뇌가 없고 무루의 지혜자성이 본래 저절로 갖추어져 있어서 모든
               부처님과 추호도 다름이 없음을 보는 이것을 돈오라 하는 것이다.

               [점수라 하는 것은] 비록 본성이 부처와 다름없음을 [단번에] 깨달
               았다 해도 시작을 알 수 없는 습관의 기운을 단번에 없애기는 아무

               래도 어렵다. 그러므로 깨달음에 의지하여 닦아 점점 스며들게 하여
               공을 완성하여 길이길이 성인의 태아를 성숙시킴으로써 오랜 시간이

               걸려 성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점수라 한다.



            [해설]  보조스님은 해오와 돈오를 동일한 것으로 논의하면서 이 범
            주에 견성을 포함시켰다. 성철스님은 견성이라는 용어를 구경각이 아닌

            최초의 눈뜸을 의미하는 것으로 썼다는 점을 극력 비판한다. 확실히
            보조스님은 견성과 돈오를 같은 일로 보았다. 해오로서의 돈오는 우리

            가 본래 깨달아 있음을 믿고 이해하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 된다. 이에
            비해 견성은 불성을 직접 보는 일이다. 이 경우, 돈오와 견성은 다른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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