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5 - 정독 선문정로
P. 645

뜻에 변화는 없다. 바로 앞 구절에 ‘부처와 다름이 없다(與佛無殊)’는 구

             절에 ‘무수無殊’로 되어 있으므로 표현의 통일을 기하고자 한 것일 수도
             있다.

                ④의 ‘가공加工’은 설명이 좀 복잡하다. 원문의 ‘중공착력中功著力’은 문
             장의 표현이 애매하다. 굳이 번역하자면 반야 ‘속(中)의 공부에 힘을 더

             해 간다’는 뜻이 되기는 하지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성철
             스님은 ‘중공中功’을 ‘공부를 더해 가다’는 뜻의 ‘가공加功’으로 바꾸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선문정로』에는 이것이 제품을 만든다는 뜻의
             ‘가공加工’으로 표현되어 있다. 공부를 더해 간다는 뜻의 ‘가공加功’의 단

             순 오기인 것으로 보인다. 교정할 필요가 있다.
                ⑤의 ‘도到’ 자를 생략하였다. ‘득도得到’로 쓰여 ‘얻게 되다’는 결과를

             표현하는 글자이다. 구어체를 구성하는 보어로서 이것을 생략하면 저
             절로 문언문이 된다. 문언문을 선호하는 성철스님의 문장관이 적용된

             결과이다.
                ⑥의 ‘대大’ 자를 생략하였다. 이로 인해 ‘크고 크게 쉬는 자리(大休大

             歇之地)’가 ‘크게 쉬는 자리(大休歇之地)’로 바뀌었다. 간략함을 선호하는
             성철스님의 문장관이 반영된 결과이다.

                ⑦에서는 바람이 멈춘다는 뜻의 ‘풍정風停’을 ‘풍정風靜’으로 글자를 바
             꾸었는데 번역문을 보면 ‘풍세風勢는 정지하나’로 되어 있어 원문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원문에 따라 바로잡아야 한다.
                ⑧과 같이 ‘염念’을 ‘심心’으로 바꾸었다. ‘염念’은 망념을 가리킨다. 번역

             문에 ‘망심妄心이 오히려 침입한다’로 되어 있으므로 의미상의 차이는 발
             생하지 않는다. 바로 뒤의 생략된 문장에 ‘쉬운 일이라는 마음(容易之心)’

             을 일으키는 일의 위험성이 언급되어 있는데 이것과 표현의 통일성을
             기하고자 한 것일 수 있다.




                                                            제13장 해오점수 · 645
   640   641   642   643   644   645   646   647   648   649   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