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6 - 정독 선문정로
P. 646
⑨와 같이 대혜스님의 긴 논의를 생략하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또한 대혜종고선사는 이렇게 말하였다. 종종 영리한 자질을 갖춘
이들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이 일에 눈을 뜨고는 쉽다는 생각을
일으켜 더 이상 수행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세월이 오래 지나다 보
면 전과 마찬가지로 번뇌의 흐름에 휩싸여 윤회를 면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한 차례의 깨달음으로 그 이후의 수행을 방치하는 일
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깨달음 이후의 닦음을 강조하고 있다. 원래 바로 그 앞의 구절도 대
혜스님의 논의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 대혜스님은 여기에서 “단번의
깨달음은 비록 부처와 같지만 여러 생의 습관의 기운이 깊어서 바람이
멈추어도 파도가 여전히 일어나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이치는 드러나
지만 생각이 여전히 침범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간화선의 완성자인 대
혜스님이 깨달음 이후의 수행을 언급하고 있다고 읽혀질 수 있다. 성철
스님의 돈오원각론을 피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이를 생략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하택·규봉·보조스님의 해오점수나 성철스님의 돈
오돈수나 모두 도저한 수행을 강조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동일하다. 그
렇지만 수행의 방향타이자 의지처로서 해오를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화두 무심의 실천으로 궁극의 무심에 이를 것인지로 인한 차이가 부각
되는 대목이라 하겠다.
⑩에는 원문에 없는 ‘어於’ 자가 추가되었다. 이것은 원래 『장자』의 구
절로서 보조스님은 인용하면서 어조사 ‘어於’를 생략하였는데 성철스님
은 그 생략된 글자를 복원한 것이다.
646 · 정독精讀 선문정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