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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神光의 대용大用이 응현應現한다.



               현대어역  규봉이 먼저 깨닫고 나서 수행하는 도리를 아주 분명하게

               설명하였는데 얼어붙은 연못 전체가 물이라는 것을 알아 햇볕을 빌
               려 녹이는 일이라 했고, 범부가 곧 부처임을 깨달아 법의 힘을 빌려

               향기에 물들듯 수행을 해 나가는 일이라 했다. 얼음이 녹아 물이 막
               힘없이 흐르게 되면 비로소 관개를 하거나 세탁을 할 수 있는 효력

               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고, 망상이 모두 사라지면 마음이 신령하게
               통하여 그에 따른 신통광명의 활용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해설]  보조스님 『수심결』의 문장이다. 본질(性)과 현상(相)의 측면에서

            자성을 설명하는 바라제존자의 설법을 듣고 이견왕異見王은 마음이 열
            려 깨닫는다(開悟). “그대가 바로 부처이지만 생각으로 인해 헛된 모양을

            세우고 있다.”는 귀종스님의 법문을 듣고 한 중이 깨닫는다. 보조스님
            은 이러한 오도인연을 사례로 든 뒤, 자신이 바로 부처라는 이 사실을

            믿고(信) 이해(解)하기만 한다면 옛 성인과 함께 손잡고 노닐게 되리라는
            설법을 한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견성을 한다는 것은 바로 성인이 된

            다는 뜻인데 어째서 깨달았다는 수행자들에게 신통변화가 없느냐는 질
            문을 한다. 보조스님은 이에 대해 인용문과 같이 얼음과 물의 비유를

            들면서 열림과 깨달음(開悟), 혹은 믿음과 이해(信解)로 불리는 최초의 깨
            달음이 일어난 뒤 그것이 완성되기까지의 오랜 닦음이 있어야 한다는

            도리를 피력한다. 이에 성철스님은 망상을 제거하는 닦음이 있어야 한
            다면 돈오니 견성이니 하는 말을 붙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역대의 어록이나 경전을 살펴보면 믿고 이해하는 것을 견성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고, 추호의 그림자만 남아 있어도 견성이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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