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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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문장을 다루는 방식에서 흥미롭게도 그 논리 전개의 특징

             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서 성철스님은 『장자』라는 원래의 텍스트에 기
             초하여 보조스님의 장자 인용을 교정하였다. 이 경우에 보이는 것처럼

             성철스님에게는 원론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강한 지향이 발견된다. 불교
             의 원론은 무엇인가? 부처님의 정각이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정각이라

             는 원래의 텍스트에 기초하여 해오점수론을 교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선문정로』의 서문에서 “정안조사正眼祖師들의 수시법문垂示法門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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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하여 선문禪門의 정로正路를 지시指示코자 한다.” 라고 했지만 같은
             조사라 해도 하택스님과 규봉스님과 보조스님은 부정되고 6조스님과

             마조스님과 백장스님은 인정된다. 성철스님은 이것이 부처님의 정각이
             라는 원 텍스트를 기준으로 적용한 결과라고 강조한다.



                【13-7】  圭峰이 深明先悟後修之義曰 識氷池而全水하야 借陽氣

                而①[以]鎔消하고 悟凡夫而卽佛하야 資法力而②[以]薰③[熏]修라
                氷消則水流潤하야 方呈溉滌之功하고 妄滅④[盡]則心靈⑤[虛]通

                하야 應現通光之用이니라



                선문정로  규봉圭峰이 선오후수先悟後修하는 의의를 아주 자세히 설명
                하였다. 결빙結氷된 지당池塘이 전체로 유수流水임을 알아서 양기陽氣

                를 차용하여 소융銷融시키고, 범부중생이 즉시卽是로 불타임을 오해
                悟解하여 법력法力을 의자依資하여 훈수薰修한다. 빙괴氷塊가 소용銷鎔

                되면 수류水流가 윤활潤滑하여 바야흐로 관개灌漑와 세척洗滌의 공과
                功果를 얻고, 망념이 멸진하면 심령心靈이 원통圓通하여 현통玄通한 신




              367   퇴옹성철(2015), p.4.



                                                            제13장 해오점수 · 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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