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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남양혜충스님의 설법에서 가져온 인용문이다. 남양스님은 북
방 중원에 6조스님의 법을 널리 펼친 선사로서 당의 현종, 숙종, 대종
세 황제에게 국사의 책봉을 받았으므로 보통 남양국사로 호칭된다. 남
양스님은 무정설법에 뛰어났는데, 이 인용문도 무정설법의 맥락 속에서
설해진 것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날 한 수행자가 물었다.
“어떠한 것이 부처의 마음입니까?” “담장의 기와와 벽돌이 그것이
다.” “경전의 가르침과 크게 차이가 납니다. 『열반경』에 보면 담벼락
과 같은 인식 작용이 없는 사물을 떠나 있으므로 불성이라 한다
고 했습니다. 이제 이것을 부처의 마음이라 하시니 부처의 마음과
불성이 다른 것인지 같은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미혹하면 다르
고 깨닫고 보면 다르지 않지.” “경전에 보면 불성은 변함이 없고, 마
음은 무상하게 변한다고 했습니다. 이제 이것이 다르지 않다고 하
시니 무슨 까닭입니까?” “너는 언어만을 좇아갈 뿐 그 뜻을 따르
지 않고 있다. 비유하자면 추운 계절에는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되었
다가 따뜻한 때가 되면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는 것과 같다. 중생
이 미혹할 때에는 성품이 동결되어서 마음이 되지만, 중생이 깨닫
게 되면 마음이 풀려서 성품이 되는 것이다. 만약 인식 작용이 없
는 사물들에게 불성이 없다고 한다면 3계는 오직 마음일 뿐이라는
경전의 말이 성립될 수 없을 것이다. 아마 그대 자신이 경전에 위배
되는 것일 테고 나는 위배된 것이 없다.” “인식 작용이 없는 사물에
마음이 있고 성품이 있다면 설법을 할 수 있는 것입니까?” “그것들
은 분명하게 설법하고 있으며 쉬는 일이 없다.” “왜 저는 듣지 못합
니까?” “그대가 스스로 듣지 않고 있기 때문이지.” “누가 들을 수
있습니까?” “모든 부처님이 들을 수 있지.” 371
『
371 景德傳燈錄』(T51, p.438a), “僧又問, 阿那箇是佛心. 師曰, 牆壁瓦礫. 是僧曰,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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