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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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을 분별하고 그에 집착하면 무생물과 생물로 나뉜다. 그렇지만

             얼음이 녹아 물이 되듯 분별과 집착을 내려놓으면 우주법계의 만사만
             물이 부처의 마음이다. 만사만물에 평등한 불성을 보면 그 현재진행형

             의 설법을 들을 수 있게 된다는 법문이다. 이를 위해 여기에서는 집착
             하는 마음을 얼음에 비유하고, 집착을 내려놓은 마음을 물에 비유하

             고 있다. 성철스님은 이 적절한 비유를 인용하여 “망심의 견빙堅氷이 완
             전히 소멸하여 유통자재流通自在한 활수活水가 되어야 돈오이며 견성”이

             라는 점, 그리고 이것은 “망심 이대로 원래 진성(眞性)인 줄 안 것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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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오이며 견성이라 주장하는 것과 전혀 다른 차원” 의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①에 보이는 것과 같이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된다(水結爲氷)’는 원문의

             어순을 바꾸어 ‘물을 얼려서 얼음을 만든다(結水爲氷)’로 바꾸었다. ②에
             서도 같은 방식으로 자동사문을 타동사문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번역

             문에는 ‘유수流水가 응결하여 견빙堅氷이 되었다가’ 등으로 원문의 어순
             을 그대로 적용하여 자동문으로 옮겨져 있다. 그런 점에서 어순 바꿈에

             특별한 의도가 개입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수행자의 끝없는 주체적
             노력을 중시했던 성철스님의 관점이 무의식중에 반영된 것은 아닐까 생

             각해 볼 수 있다.
                본래 물처럼 걸림 없이 유통하는 불성을 얼음과 같은 딱딱한 망심으




                 經大相違也, 涅槃云, 離牆壁無情之物, 故名佛性. 今云是佛心, 未審心之與性, 爲
                 別不別. 師曰, 迷卽別悟卽不別. 曰經云, 佛性是常, 心是無常. 今云不別何也. 師
                 曰, 汝但依語, 而不依義. 譬如寒月, 水結爲氷, 及至暖時, 氷釋爲水. 衆生迷時,
                 結性成心, 衆生悟時, 釋心成性. 若執無情, 無佛性者, 經不應言, 三界唯心. 宛是
                 汝自違經, 吾不違也. 問無情旣有心性, 還解說法否. 師曰, 他熾然常說, 無有間
                 歇. 曰某甲爲什麼不聞. 師曰, 汝自不聞. 曰誰人得聞, 師曰, 諸佛得聞.”
              372   퇴옹성철(2015), p.278.



                                                            제13장 해오점수 · 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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