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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의 두 바퀴와 같아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해설] 보조스님의 『수심결』은 문답체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
용문 역시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온 것이다. 보조스님은 이에
앞선 설법에서 청정하며 공적한 부처의 마음이 모든 중생에게 본래 갖
추어져 있다는 점을 말한다. 나아가 그 이치에 대해 바른 견해를 내어
스스로 공감하는 차원이 되면 그것을 해오라고 한다는 점, 거기에는
계급과 순서가 없으므로 이를 돈오라 한다는 점 등을 밝힌다. 이 설법
을 들은 뒤 다시 질문이 일어난다. ‘이러한 이치를 깨달으면 계급이 없
다면서 어째서 깨달음 뒤의 수행을 통해 점차 물들이듯 닦고 점차 완성
하게 된다고 말하느냐’는 것이다.
그러자 보조스님은 답변한다. 깨달음 뒤의 수행이 있기는 하다. 그렇
지만 망념에 실체가 없으며 마음의 자성이 본래 청정하다는 것을 돈오
했으므로 수행하는 입장이 전혀 다르다. 악을 끊기는 하지만 악을 끊는
다는 생각이 없고, 선을 닦기는 하지만 선을 닦는다는 의식이 없기 때
문이다.
이러한 답변에 이어서 바로 규봉스님의 말을 인용한 이 법문이 시작
된다. 원래 규봉스님의 법문은 외도선, 범부선, 소승선, 대승선, 최상
승선에 대한 것이었다. 이에 의하면 기대하는 바를 가지고 위를 좋아하
고 아래를 싫어하는 마음으로 수행한다면 그것은 외도선이다. 인과를
바르게 믿기는 하지만 여전히 지향하고 극복하는 입장에서 수행한다면
그것은 범부선이다. 공空에 집착하는 마음으로 수행한다면 소승선이다.
자아에 실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진리라는 독립적 실체조차 없음을 알
고, 인연으로 드러나는 진리를 깨닫고 수행한다면 그것은 대승선이다.
이에 비해 자기 마음이 본래 청정하며 애초에 번뇌라는 것 자체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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