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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와 같다. 햇빛이 단번에 나오지만 서리와 이슬이 점차 마르는 일과
같고, 즉석에 지은 글(卽文)이 단번에 이루어지지만 읽는 데 앞과 뒤
가 있는 것과 같다. 어쩌면] 돈오돈수는 한마음을 핵심으로 하여 만
법을 거울처럼 비추어 보는 일(宗鏡)에 바로 해당한다.
‘밝은 거울은 본래 깨끗한데 먼지를 떨어낼 필요가 있는가’라고 했다.
이는 육조가 본래 자성을 곧바로 드러내어 점차적 닦음을 파기한 것
이다.
[해설] 돈오점수는 교가의 설이며, 돈오돈수는 선가의 설이라는 것
을 밝히고자 인용한 문장이다. 영명연수스님은 『종경록』에서 돈오점수
에 대해서는 『능엄경』, 돈오돈수에 대해서는 징관스님의 『화엄경소초』의
379
문장 을 인용하여 논의를 전개한다. 돈오점수에 대한 『능엄경』의 논의
는 현대어역에 옮겨진 괄호 속의 문장과 같다. 돈오돈수에 대한 징관스
님의 논의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우선 징관스님은 『화엄
경』 「세주묘엄품」의 주림신이 성취한 해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석을
내놓는다.
지혜가 만법에 통하므로 보문이라 하고, 대상경계로 인한 번뇌가
일어나지 않으므로 청정이라 했다. 깨달음은 햇빛과 같아 법계를
단번에 두루 비추고, 공부는 거울을 닦는 일과 같아 설법과 지혜가
점차 밝아진다. 밝음은 본래 밝음이고, 점차는 완전함에 기반한 점
차(圓漸)이다. 380
『
379 大方廣佛華嚴經隨疏演義鈔』(T36, p.164c).
『
380 大方廣佛華嚴經疏』(T35, p.554b), “五, 智通萬法, 是曰普門, 客塵不生, 故曰清
淨. 悟如日照, 頓周法界, 功如拂鏡, 說智漸明. 明是本明, 漸爲圓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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