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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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림신이 성취하는 지혜의 특징을 햇빛과 구리거울을 닦는 일에 비
유하고 있다. 햇빛과 같이 단번에 세상을 비추므로 돈頓이고, 구리거울
과 같이 거듭 닦아야 완전히 밝아지므로 점漸이다. 그러나 단순한 점차
가 아니고 원점圓漸이다. 실상의 이치를 바로 보았다는 점에서 처음이
나 궁극이나 차이가 없으므로 원圓이다. 그렇지만 실제적으로는 완전히
상응하지 못하였으므로 수행을 통해 점차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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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점漸이다. 화엄에서는 이러한 원점圓漸의 원리를 돈오점수의 논의
에 적용한다. 여기에서도 징관스님은 돈과 점의 원리에 대해 상세한 설
명을 추가하고 있다.
성철스님은 ①과 같이 돈오점수의 최초 출전이 되는 『능엄경』의 문장
을 생략하였다. 이치상으로는 돈오이지만 구체적 실천에 있어서는 점차
닦아 차례대로 멸진한다는 내용이다. 그것을 이미 언급하기도 했거니와
돈오점수는 교가의 법, 돈오돈수는 선가의 법이라는 간명한 주장을 드
러내는 데 언급할 필요가 없는 구절로 보았기 때문이다.
②와 번역문 ④는 별도로 인용된 두 개의 문장인데, 2015년 본은 행
을 바꾸지 않고 한 인용문으로 배치했다. 1981년 초판본이나 1993년
본까지 두 개의 문장이었던 것이 2006년 본에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바로잡아야 한다. 다만 우연한 편집 오류로 보이기는 하지만 한
문장으로 처리한 2006년 본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문장
은 원래 다음과 같은 문장을 중간에 두는 하나의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화엄종에서는 깨달음은 햇빛이 비추는 일과 같다고 비유하면서 이
는 해오와 증오로서 모두 돈에 속한다고 했다. 또 구리거울을 닦는
381 妙法蓮華經玄義』(T33, p.796a), “圓漸者, 初入此圓, 同觀三諦, 見實相理, 初後無
『
殊. 然而事中修行, 未能盡備, 復須研習, 據初入圓, 故名爲圓. 進修上行, 復名爲漸.”
제13장 해오점수 · 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