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4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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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성품과 의욕이 모두 뛰어나서 한 번 들으면 일체법의 핵심을 알아
그대로 실천하는 차원을 깨닫는다.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고 앞뒤가
단번에 끊어져 버린다. 장애가 되는 미혹을 끊는 일에 있어서는 마치
한 타래의 실을 끊듯이 만 가닥을 단번에 끊는다. 부처의 덕을 닦는
일에 있어서는 마치 한 타래의 실을 물들이듯이 만 가닥을 단번에
물들인다. 이런 사람은 실천과 말과 마음씀이 특별히 명료하여 다른
사람이 엿볼 수 없다. 또한 사례를 들어 말하자면 우두법융대사와
같은 이들이다.
[해설] 규봉스님은 돈오돈수가 크게 보면 돈오점수에 속한다고 판정
한다. 현재의 삶에서 보자면 돈오돈수처럼 보이지만 숙세의 차원까지
포함하면 다생의 훈습으로 발현된 것 388 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
므로 진정한 수행은 오직 돈오점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전형으로 우두스님을 제시하고 있다.
성철스님은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고 앞뒤가 끊어진 무심경계의 성취
와 돈오돈수의 모델을 우두스님에게 한정한 것에 논리적 파탄이 있다
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이 문장을 인용하였다.
우두스님은 4조스님의 법을 받았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선종사에
있어서 중요한 인물이다. 우두종의 설에 의하면 4조스님이 그 깨달음
을 인증하였지만 법의 계승자로 삼지는 않았다. 한 사람에게만 법을 전
하는 전통이 있었고, 당시 이미 홍인스님을 5조로 선포한 뒤였기 때문
이다. 그래서 4조스님은 우두스님에게 직접 종파를 세우도록 권했다는
『
388 禪源諸詮集都序』(T48, p.408a), “然上皆只約今生而論, 若遠推宿世則唯漸無頓,
今頓見者, 已是多生漸熏而發現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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