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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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4조스님과 우두스님 간에 실제로 이러한 사승 관계가 있었는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는 학자들이 많다. 우두종에서 그 종교적
권위를 세우기 위한 가탁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규봉스님은 자신의 스승 신회스님을 제7조로 주장하는 입
장이다. 신회스님의 정통성을 주장하려면 당대의 여러 선사들에 대한
판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당시에 선풍을 드날리고 있던 문파를 7개로
정리하여 평가한다. 그에 의하면 신수스님에게 시작된 ‘먼지 떨어내는
파(拂塵看淨, 方便通經)’, 신라 스님 정중사 김화상이 제기한 과거를 기억하
지 말고, 미래를 염려하지 말며, 지혜와의 상응을 잊지 말 것을 수행 과
제로 삼는 ‘세 마디 파(三句用心, 爲戒定慧)’, 거사 진초장陳楚章이 이끈 ‘교
학·수행 방기파(教行不拘而滅識)’, 마조스님을 대표로 하는 ‘모든 일 진리
파(觸類是道而任心)’, 우두스님을 대표로 하는 ‘본래 공한 파(本無事而忘情)’,
남산 염불선종의 ‘향을 전하는 파(藉傳香而存佛)’,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들의 장점을 고루 갖춘 신회스님 계열의 ‘공적영지파(寂知指體, 無念爲宗)’
의 선수행 그룹이 있었다.
이 중 우두스님은 일체의 감정과 의지를 내려놓는 수행을 제안한 ‘본
래 공한 파’에 속한다. 규봉스님은 감정과 의지를 내려놓고 무심의 도리
를 닦았던 우두스님을 돈오돈수의 모델로 꼽는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를 『원각경』에서 말하는 ‘의식적 작위(作), 멈춤(止), 방임(任), 절멸(滅)’
의 네 가지 선병 중 멈춤의 병(止病)에 걸려 있다고 판정한다. 모든 마음
을 영원히 쉼으로써 고요하고 평등한 자성을 체득하겠다는 지향을 세
우는 병통에 걸려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마조스님을 방임의 병(任病), 진
초장 거사를 절멸의 병(滅病)으로 판정한다. 신회스님만이 제반 병통을
벗어났음을 말하기 위한 교판적 논의에 속한다. 그러니까 우두스님이
최고의 지혜를 갖추어 돈오돈수를 실천할 수 있었다는 이 인용문과 병
제13장 해오점수 · 6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