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8 - 정독 선문정로
P. 678
천하고 있는지 돌이켜 보아 탐진치의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것을 치료
하는 점수의 실천에 매진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규봉스님이 말하는
점수의 실천이란 무엇인가? 뜻과 마음을 허공처럼 하며 거듭하여 반야
지혜의 비춤으로 돌아가는 것이 병을 고치는 실천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진정한 무심에 도달했다면 약을 쓸 필요가 없다. 6조스님이
말한 것처럼, 부처님이 일체의 법을 설하신 것은 일체의 마음을 제도하
기 위한 것이다. 자신에게 일체의 마음이 없다면 일체의 법이 필요 없
게 된다. 390 그렇지만 습관의 기운이 남아 있다면 그에 맞는 처방을 해
야 한다. 규봉스님은 처방의 핵심이 돌이켜 비춤(진맥)과 무심의 실천(치
료)에 있다고 보았다. 분노의 마음이 일어난다면 그 욕하고 미워하는 마
음이 없도록 하는 처방이 필요하다. 탐욕의 마음이 일어난다면 그 추구
하여 얻고자 하는 마음이 없도록 하는 실천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
의 부귀영화를 질투하거나 내가 더 낫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실천하여 하루 24시간 걱정하는 마음, 두려워하는
마음, 멸시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것이 바로 일체의 마음이 없는 것이며
이것이 수행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음에 거슬리거나 흡족한 상황
등 어떤 경우에도 탐욕과 분노, 애착과 미움의 마음이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면 그것을 득도得道라 한다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이 말을 긍정한다. 그러면서도 깨달은 뒤에 망상을 하나
하나 끊는 것을 보임이라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처럼 견성
한 이후에 닦음이 필요하다는 관점을 비판하기 위해서 이 문장을 인용
하였다.
『
390 禪源諸詮集都序』(T48, p.411b), “六祖大師云, 佛說一切法, 爲度一切心. 我無一
切心, 何須一切法.”
678 · 정독精讀 선문정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