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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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에서는 협주를 본문으로 편입하여 인용하였다. 한 생각도 일어나
지 않아 앞뒤가 끊어지는 무심에 대한 비유를 버리기 아까웠기 때문으
로 보인다. 한 묶음의 실타래를 끊으면 만 가닥의 실이 단번에 끊기고,
한 묶음의 실타래를 물들이면 만 가닥의 실이 단번에 물든다는 이 말
은 돈오돈수에 대한 절묘한 비유이기도 하다.
④의 ‘염染’은 원문의 ‘색色’을 대체한 것이다. ‘염染’이 물들인다는 뜻을
더 잘 표현한다고 보아 윤문한 것일 수 있다. 다만 번역문에는 ‘만조萬
條를 일시에 돈색頓色한다’라고 원문대로 번역되어 있다. 변환의 의도가
없었으므로 원래의 글자로 돌아가야 한다.
⑤의 ‘지之’ 자는 단순 생략이다.
번역문 ⑥의 ‘염색’이라는 번역문이 자연스럽지 않다. 동일한 구조를
갖는 앞의 문장을 참고한다면 ‘염색하는 것과 같아서’ 정도의 번역문이
와야 할 자리이다. 초판본의 교정 지시에 따라 ⑦의 ‘돈색함과 같다’로
‘여如’를 번역할 수도 있다. 원융스님의 필적으로 된 교정 지시이므로 이
것을 따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13-15】 各各反照하야 有病卽治요 無病勿藥이니라
선문정로 각각 반조反照하여 보아서 유병有病하면 치료하여야 하고 무
병無病하면 용약用藥할 필요가 없느니라.
현대어역 각자 돌이켜 비추어 보아 병이 있으면 바로 치료하고 병이
없으면 약을 쓰지 말아야 한다.
[해설] 규봉스님의 논의에서 가져왔다. 돈오 이후 진정한 무심을 실
제13장 해오점수 · 677